금리인하 실기론 반박하며 ‘김연아’ 들먹인 한은

최아리 기자 2024. 10. 3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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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에게 왜 은메달 땄냐고 비판하는 꼴이다.”

이수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24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은의 ‘금리 인하 실기론’이 거세지는 데 대한 반박입니다. 이 위원은 “자영업자와 민간 소비가 어려운데 왜 금리를 내리지 않느냐고 하는데 우리 임무는 원래 물가와 금융 안정”이라며 “자영업이 어려운 것이 금리 인하로 해결되느냐 하면 (저는) 보수적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4일 한은이 집계해 발표한 3분기(7~9월) 성장률이 0.1%로 나오자 ‘금리 인하 실기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한은은 이달 들어 3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습니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7~8월부터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한은은 내수 진작의 시급성보다는 가계 빚 증가를 더 강하게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3분기 성장률이 앞서 한은이 전망한 0.5%보다 훨씬 나쁘게 나오자 한은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란 주장이 강해진 겁니다.

이 위원뿐 아니라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리 인하 실기론을 적극 방어하는 중입니다. 이 총재는 29일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금리 인하가 늦었다고 지적하자 “가계부채, 부동산을 고려치 않고 금리를 낮출 경우 다른 많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좀 늦췄다”고 했습니다. 앞서 “1년 뒤 평가해 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은의 반박을 안일한 태도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이 위원 말은 마치 금리 결정과 관련한 논의는 한은만 독점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며 “주변을 보면 경제가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장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데, 금리 인하가 늦은 것”이라며 “(비판하는) 국민을 보고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는 “은메달이 아닌 예선 탈락”이라고도 했습니다. 한은이 자신들의 논리에 갇혀 있지 말고,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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