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독일 공장 폐쇄 2곳서 최소 3곳으로 늘린다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이 독일 내 공장 최소 3곳을 폐쇄하는 내용이 포함된 구조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초 폴크스바겐은 수익성 악화로 설립 87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2곳 폐쇄 방침을 밝혔었는데, 당초 계획보다 폐쇄 공장 수를 더 늘린 것이다.
28일(현지 시각) 다니엘라 카발로 폴크스바겐 노사협의회 의장은 독일 본사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측 제안 내용을 공개했다. 폴크스바겐은 독일 내 공장 10곳, 직원 약 12만명을 두고 있는데 이 중 30% 안팎이 구조 조정 대상이 된다. 폐쇄되지 않는 독일 공장도 생산량을 줄이고, 일부 부서를 해외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폴크스바겐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장기화에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업계 전반에서 자동차 구매 수요가 가파르게 줄고 있단 점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폴크스바겐은 매출의 30% 안팎이 나오는 중국 시장에서 쇠락이 구조 조정 필요성을 부추긴 상태다. 실제 주요 자동차 시장에선 올 3분기 들어 수요 감소가 가파르다. 올 상반기 유럽 자동차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4.4% 늘었지만, 지난 3분기 판매량은 6.3% 줄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 시기 밀려 있던 자동차 구매 수요가 이미 대부분 소진된 데다, 오랜 기간 고금리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중국 쇠락에 전기차 정체 겹쳤다
폴크스바겐그룹의 3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약 217만대로, 작년 동기 대비 7.1% 안팎 줄었다. 중국 시장에서의 쇠락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3분기 폴크스바겐그룹의 중국 판매량은 약 71만대로 작년 동기 대비 15% 급감했다. 폴크스바겐은 2022년까지 15년간 중국 내수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지만, 작년 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에 처음으로 1위를 넘겼다. 올 상반기에도 BYD에 1위를 내준 데 이어, 체리자동차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받고 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것도 폴크스바겐을 어렵게 만들었다. 29일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최근 치열해진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 가격을 인하했는데 할인 폭이 당초 예상보다 컸다. 이로 인해 수억 유로의 이익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지난달 말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을 기존 6.5~7%에서 5.6%로 낮추고, 매출 전망도 5% 증가에서 0.7% 감소로 바꾼 상태다. 폴크스바겐그룹이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포르셰 등 일부 산하 브랜드의 실적에선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포르셰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26.7% 줄어든 40억4000만유로(약 6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포르셰는 지난달 중국 실적 악화 속에 중국 법인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도 이 분야 후발 주자인 폴크스바겐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2020년 전후 본격적으로 전기차 투자에 뛰어들었는데, BMW 등 독일 업체와 중국 업체들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데도 2035년 내연차 판매를 금지하는 유럽의 정책을 따라가기 위해 전기차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올 3분기 폴크스바겐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약 19만대)는 작년 동기 대비 9.8% 줄었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선 이 기간 전기차 판매량이 11.9%, 41.7% 급감했다.
◇”유럽 생산 이점 갈수록 떨어질 것”
생산 기지로서 유럽의 매력이 떨어진 점도 폴크스바겐의 독일 공장 폐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 토마스 셰퍼는 지난 28일 “우리는 독일 공장에서 충분히 생산적이지 못하다”며 “자동차 부문에서 이익은 줄어드는데 에너지, 자재 및 인력 비용은 계속 상승했다”고 했다. 폴크스바겐의 독일 공장 운영 비용이 경쟁 업체 공장의 두 배 수준이라고도 덧붙였다.
유럽 업체들은 최근 유럽연합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등 무역 장벽을 넓히고 있지만, 중국으로 생산 시설 기반을 계속 옮기고 있다. 이미 유럽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 이전 대비 연간 200만대 적게 팔리는 등 현지 생산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초 설립 87년 만에 처음 독일 내 자동차 및 부품 공장 2곳을 폐쇄할 방침을 밝히면서도, 중국 허베이성에선 VCTC(폴크스바겐 중국 기술 회사)를 올 초부터 운영하며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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