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오디오 마니아’… 소리 분리 기술로 최고의 음향 만들어
음악 마니아들이 멜론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들으면 전기기타는 가까이, 드럼은 멀리 있는 듯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이지만, 소리에 공간적인 느낌을 더해 마치 콘서트장에 있는 듯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오디오 업계에서 ‘공간 음향’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 분야에서 세계 1위로 평가받는 기업이 있다. 30년 동안 오디오 한 우물만 판 오현오(51) 대표가 설립한 ‘가우디오랩’이다.
“같은 소리도 나무가 많은 숲이냐, 탁 트인 광장이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죠. 반사돼서 되돌아오는 소리까지 미세하게 감지해서 공간적 느낌까지 주는 게 핵심 기술입니다.”
오디오는 시각 콘텐츠를 고급스럽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반도체 기업인 퀄컴과 중국의 화웨이도 오디오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부가 있다. 이런 기업이 도전한 ‘공간 음향’의 기술 표준을 10년 전 만든 곳이 가우디오랩이다.
원래 오 대표는 1992년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한 뒤 음향공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딴 ‘오디오 마니아’였다. 당시 전국에서 서울대와 연세대에만 음향 연구실이 있을 정도로 음향공학은 생소한 분야였다. 이후 오 대표는 LG전자에서 오디오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TV에 들어갈 음향 기술을 개발했다.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부각해 TV 시청에 도움을 주는 ‘클리어 보이스’가 그의 작품이다. 그는 공간 음향 기술이 가상현실(VR) 시대를 앞당길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VR에는 고품질 영상도 중요하지만 생생한 현장을 느끼도록 하는 음향 기술이 VR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우디오랩은 공간 음향 기술에 집중하며 기술 개발에 몰두했지만, 콘텐츠가 부족해진 VR 산업은 2017년 이후 갑작스레 정체기를 맞이했다. 오 대표는 “음질 저하를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러운 공간 음향을 만들어 내는 게 기술력”이라며 “시장이 성장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고 했다. 결국 가우디오랩도 사업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때 가우디오랩이 들고나온 기술이 ‘음원 분리’다. 음원 분리는 한 음악에 섞여 있는 각각의 악기와 목소리 등을 하나씩 분리하는 기술이다. 문제는 이렇게 분리한 음원의 음질이 이전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우디오랩은 인공지능(AI)을 활용했다. AI에 개별 소리를 수만 가지 학습시켜 자유롭게 합치고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가우디오랩은 음원 분리 기술의 성능을 나타내는 ‘신호 대 왜곡비(SDR) 지표’에서 세계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기술을 입증했다.
가우디오랩은 음원 분리 기술을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가우디오랩이 개발한 ‘뮤직 리플레이스먼트’는 방송사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을 바꿔주는 서비스다. 이미 방영한 프로그램을 수출하려면 저작권 문제로 배경음악을 바꿔야 한다. 이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바꿔야 했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바꿀 수 있어 국내 지상파 방송국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가우디오랩은 음원 분리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로 이르면 내년 초 일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오 대표는 “국내 완성차 업체와 협업해 자율주행 자동차에 공간 음향 기술을 적용하는 등 여러 산업과 협업해 세계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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