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美 주류 언론이 외면해온 ‘트럼프 우세론’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前 외교부 북핵대사 2024. 10. 3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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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지도만 박빙일 뿐
선거인단 예상 숫자 압도적 우세
트럼프 312명, 해리스 226명
한미 동맹, 발상의 대전환 필요
남중국해·대만·러시아 문제 등
전략적 모호성 유혹 떨치고
책임·비용 떠맡으며 명확히 해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불과 엿새 앞둔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눈앞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대다수 주류 언론이 반대하고 대다수 동맹국이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 한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이제 대세로 굳어가고 있다. 그간 트럼프 후보에게 극도로 적대적이던 미국 주류 언론과 이들을 인용 보도하던 국내 언론에 호도되어 불과 한두 주일 전까지만 해도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꿈꾸며 안도하던 그들은 당황하면서 대책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를 10개씩 합산 평균해 발표하는 미국 선거 여론 분석 기관 RCP(RealClearPolling)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3개월간의 지지도 열세를 지난 주말 최초로 극복하면서 0.1%포인트 우세로 어렵사리 골든크로스를 달성했다. 그러나 선거인단 숫자로 환산된 트럼프 후보의 우세는 그보다 훨씬 강력하다. 트럼프 후보는 이미 10월 초부터 경합주 7곳 전체를 장악하고 있어, 현재 선거인단 예상 숫자가 트럼프 312명, 해리스 226명으로 무려 86명이나 우세다. 해리스 후보는 그간 전국 지지도에서 줄곧 2%포인트 내외의 우위를 유지해 왔으나, 그것이 선거인단 수의 우위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6%포인트 이상의 우위를 보이고도 경합주 확보 실패로 선거인단 숫자에서 트럼프 후보에게 패한 바 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경합주 7곳은 선거 결과를 판가름할 핵심 지역으로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되어 왔다. 이 경합주들의 절반 이상, 특히 펜실베이니아주를 장악하는 후보가 승리하리라는 것이 선거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이 때문에 미국 전체 여론조사에 통상 1000~3000명의 샘플을 투입하는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 7주에서 각각 1000~2000명의 샘플을 동원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고, 그 조사 결과는 전국 여론조사를 능가하는 의미와 정확성을 내포한다. 그러기에 트럼프 후보가 10월 중순부터 이 경합주 7곳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 대선의 결과를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후보의 그 같은 선거인단 숫자 우세는 최근의 지지도 상승에 따른 새삼스러운 변화가 아니며, 9월 말 이래 줄곧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악몽으로 여기던 미국 주류 언론은 그들의 흑기사인 해리스 후보의 전국 지지도 우세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면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애써 외면해 왔다. 그러다가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와서야 부득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눈을 돌린 상황이다. 그간 트럼프 후보의 승리를 고대해 온 이스라엘과 러시아를 제외한 많은 나라도 제2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진지한 대비 태세를 갖추기보다는 트럼프가 패하는 요행수를 기다려 왔다. 따라서 그간 손 놓고 있던 미국의 동맹국들이 앞으로 많이 바빠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 정부와 언론의 경우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시 한국에 영향을 미칠 주요 사안으로 제기된 사항은 네 가지다. 첫째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문제, 둘째 주한미군 감축 문제, 셋째 제3차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문제, 넷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문제 등이다. 이 네 가지는 상호 무관한 사안들처럼 보이나, 트럼프 후보가 동맹국을 바라보는 기본적 평가 기준과 직결된 사안들이다. 따라서 이 문제들을 푸는 열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 평가 기준은 ‘미국의 동맹국이 미국의 안보 지원에 대한 상호주의적 기여를 얼마나 미국에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제2기 트럼프 행정부가 몰고 올 폭풍의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 외교는 전략적 모호성의 달콤한 유혹을 떨치고 전략적 명확성을 확립해야 하며, 한미 동맹 관계에서 국력에 걸맞은 책임과 비용을 부담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불참, 신장 위구르 인권 결의안 불참, 대만 문제 무관심,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불참, 푸틴 대통령 취임식 나 홀로 참석 등 사례는 아직도 중국과 러시아에 연연하면서 우리가 속한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대의와 스스로 거리를 두는 한국 외교의 모순적 자화상이다. 주한 미군 감축에 반대하면서도 주둔 비용 부담에 지극히 인색해 끊임없이 감축의 명분을 만들어 주는 모순적 정책 역시 재고되어야 할 구시대의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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