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만난 영화계③] 뚜렷한 장단점과 이를 바라보는 시각

박지윤 2024. 10.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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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비용 절감→창의력 증진
감정선 전달 한계…저작권 분쟁 문제도
"사람이 만든 영화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

AI 기술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온 가운데, 영화 관계자들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AI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MCA
방송계와 광고계에 이어 영화계에도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AI 섹션을 신설했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AI 특별부스가 마련됐다. 또한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으로 만든 영화들만 참가하는 영화제가 개최됐다. 이에 <더팩트>는 영화계에서 점점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AI의 영향력을 조명하고, 이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이제 AI 기술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찾아왔다. 이에 따라 한국 영화계도 생성형 AI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AI 기술과 영화 산업이 앞으로도 상생할 수 있을까.

먼저 제28회 BIFAN이 AI 영화 국제 경쟁 부문을 신설한 이유는 분명했다. 여러 기술적인 발전이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이끄는 만큼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갖고 열린 관점을 가져보겠다는 것. 또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재능을 발굴하고 육성해 세계와 만나게 하는 영화제의 중요한 기능을 되새기겠다는 목적이었다.

당시 신철 집행위원장은 "현재 세계의 영화제는 자본의 잔치가 됐다. 자본에 의한 획일적 장착 시스템으로 단기간 고도 성장한 한국 영화계도 극심한 양극화를 겪고 있다"고 지적하며 "재능은 있지만 자본 투자에 가로막힌 이들이 있는데 생성형 AI는 이런 재능들이 최소한의 제작비를 쓰면서도 세계와 만날 수 있는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도구로 쓰일 것"이라고 영화제에 AI 부문을 신설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성형 AI가 도입됨에 따라 자본의 크기가 아닌 상상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평등한 경쟁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제28회 BIFAN 신철 집행위원장은 "생성형 AI는 재능은 있지만 자본 투자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이 최소한의 제작비를 쓰면서 세계와 만날 수 있는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도구로 쓰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제28회 BIFAN 공식 포스터

영화제 측의 의견처럼 AI 기술 도입은 대본 작성과 편집 및 후반 작업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키고, 반복적인 데이터 분석을 자동화함으로써 인력이 창의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AI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받고 기존 아이디어를 변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하지만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창의성이 제한되고 독창적인 접근이 부족하게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일부 작업이 대체될 수 있는 문제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관객들에게 깊은 감정을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고, 저작권 분쟁과 AI가 창작한 캐릭터나 스토리가 기존 문화와 가치관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더팩트>에 "AI를 통한 영상의 시뮬레이션과 CG 작업의 간소화는 가속화될 것"이라며 "시간과 비용 그리고 인간의 정신적 에너지까지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AI 문학이나 AI 음악처럼 전적으로 AI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를 관객들이 바랄지는 의문"이라며 "아직은 관객들이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실재하는 배우와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헌식 영화평론가는 "OTT나 비대면 콘텐츠 등이 나오면서 영화가 경쟁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 영화관을 가고 싶을 수준의 AI 영화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바라봤다. /이새롬 기자

김헌식 영화평론가는 "자본과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영화인들에게는 AI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줄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영화인들이 대형 제작사나 규모를 갖추고 있던 영화인들만 접근했던 영역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아이디어가 좋은 영화인들도 인공지능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기술의 한계를 맞닥뜨릴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는 "AI 기술은 평균치를 두고 생산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스타일이 다 비슷하다. '인공지능이 만든 영화'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영상들이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다 티가 난다"며 "이게 프로그래밍의 한계다. 그러니 관객들이 얼마나 친근함을 느낄 수 있겠나. 문화 예술은 결국 만든 사람의 개성과 창의성 등 스타일이 있어야 하고 이에 따른 팬덤이 있어야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AI로 만든 영화' 그 자체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지만, 사람이 만드는 영화를 뛰어넘는 재미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김헌식 영화평론가는 "프로그래밍의 근본적인 한계를 인간의 협업을 통해 어떻게 극복해 낼지가 관건이다. 또 영화인들이 얼마나 AI 기술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지도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어린 관객들이 극장을 가지 않는 이유는 체험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절대 기준이 아니다. 티켓이 비싸도 공연 시장은 폭발하고 있다"며 "OTT나 비대면 콘텐츠 등이 나오면서 영화가 경쟁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 영화관을 가고 싶을 수준의 AI 영화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배급사 관계자 A 씨는 "프리 프로덕션과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에서 AI는 꾸준히 활용됐다. 그러나 AI의 발전 속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빠른 만큼 영화계도 변화의 흐름을 피할 수 없으며 AI를 통해 제작 과정의 효율을 높이고 더 나은 창작물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다만 모든 기술이 테스트베드를 거쳐 상용화까지의 과정이 필수적인 것처럼 생성형 AI 참여율 100%의 장편 상업영화를 보편화하기까지는 여러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A 씨는 "최근 열린 AI 영화제를 통해서 주목받는 창작자들이 등장한 것처럼 AI를 통해 새로운 창작자들이 발굴되기를 기대한다. 기존의 제작 방식과는 다른 영화적 체험을 AI를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며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어야 영화에 참여하는 제작자와 배우를 비롯한 모든 인간이 만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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