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43] 이것은 정치 칼럼이 아니다
원래는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뭔가 다른 걸 쓰려고만 하면 머릿속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나만 이런 것도 아니다. 지금 전국 수많은 칼럼니스트가 아파트에 대한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소재가 겹쳐도 이해 부탁드린다.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미국 가수 브루노 마스와 부른 신곡 ‘APT.’가 지구를 휩쓰는 중이다. 현재 전 세계 최고 히트곡이다. 한번 들으면 귀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이 노래는 ‘강남 스타일’을 능가하는 케이팝 대표곡이 될 것이 틀림없다. 다행히도 아파트는 어디에나 있다. 삼성역 근처에 있는 말춤 손 모양 기념상 같은 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안심이다.
아파트라는 노래의 히트가 내심 못마땅한 사람도 있을 법하다. 사실 우리는 아파트를 미워하도록 교육받았다. 아파트는 한국적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키워드였다. 양극화의 상징이었다. 이웃의 정을 차단하는 냉담한 콘크리트 덩어리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세대 이야기다. 나의 살던 고향은 마산 삼익아파트다. 내 세대에게 아파트는 그냥 아파트다. 다만 모든 것을 분석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의 글이 곧 나올 것이다. ‘강남 스타일’이 유행할 때 등장한 사회학적 분석 글들을 찾아보시라. 한국 자본주의의 천박한 욕망을 대변하는 저질 문화 상품이라는 글을 분명히 읽은 것도 같다.
쓸만한 분석은 오히려 소셜미디어에 있다. ‘APT.’의 ‘Hold On’이라는 가사의 의미가 ‘(오르니까 팔지 말고) 버티라’라는 농담이야말로 뼈가 있다. 생각해 보니 뉴진스 노래 ‘Ditto’에 등장하는 ‘Stay In The Middle’이라는 가사가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층을 사수하라’는 소리라는 농담도 있었다.
요즘 대통령에 대한 중도층 이탈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여론조사가 계속 나온다. 지지율은 오를 생각이 없다. 이럴 땐 계속 버티기만 하면 좀 곤란할 것이다. 이건 정치 칼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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