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13] 목포 먹갈치 구이
갈치는 길이보다 폭이 중요하다. 그 폭을 손가락 수로 가늠한다. 폭이 넓으면 살이 도톰하고 기름지며 식감도 좋다. 구이용은 4지 이상이 좋고, 그보다 작은 것은 조림으로 이용한다. 5지면 갈치 폭이 어른 다섯 손가락을 붙였을 때 폭만 한 갈치를 말한다. 이런 갈치는 대갈치라 한다. 갈치 구이 전문집에서는 대갈치도 내장이 있는 부위와 꼬리 쪽은 조림에 넣고, 가운데 두세 토막만 구이용으로 한다. 이런 갈치를 구우면 한 토막이 접시에 가득하다.
갈치는 꼬리는 아래로 머리는 수면으로 향하게 수직으로 몸을 세우고 위아래로 움직이며 오징어, 전갱이, 전어, 새우류, 멸치 등 표층 어류를 잡아먹는 육식동물이다. 제주도와 동중국해에서 월동하며, 수온이 오르면 북상해 늦봄에 산란한다. 산란 뒤 여름과 가을에 먹이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그래서 겨우살이를 위해 풍부한 지방질을 몸에 비축한 가을 갈치가 구이용으로 좋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갈치는 먹갈치와 은갈치 그리고 수입 갈치가 있다. 은갈치와 먹갈치는 우리 바다에서 잡은 갈치다. 목포에서 구이로 내놓은 갈치는 대부분 먹갈치다. 먹갈치와 은갈치는 같은 갈치지만 잡는 어법에 따라 구분해 부른다. 먹갈치는 목포를 중심으로 서남해에서 그물로 잡은 갈치이고, 은갈치는 제주를 중심으로 낚시로 잡은 갈치이다. 유자망, 안강망, 선망, 낭장망 등 그물로 잡을 경우, 그물에서 갈치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은빛 구아닌(guanine)이 떨어진다. 이런 갈치 색은 어둡게 보인다고 해서 먹갈치라 부른다. 그물로 잡은 갈치라도 밀물과 썰물이 바뀌기 전에 바로 그물을 털면 은빛이 잘 보존된 갈치가 잡히기도 한다.
목포로 들어오는 갈치잡이 배는 제주도 남쪽 먼바다까지 내려가 안강망을 이용해 가을과 겨울에 잡는다. 이렇게 잡은 먹갈치에 천일염을 뿌리면 벗겨진 은막 사이로 간이 배어 풍미가 높아진다. 목포 먹갈치 구이는 해류와 조류를 이용한 어법과 갯벌을 이용한 천일염이 만나서 탄생한 음식 앙상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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