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공식을 바꿨다… 단순 돈줄 넘어 ‘성장 A to Z’ 돕는 동아줄로[이준만의 세상을 바꾼 기업가들]
넷스케이프 창업했던 ‘젊은 천재’
앤드리슨은 1993년 일리노이대 컴퓨터과학과 학생으로 재학 중이던 시절, 모자이크(Mosaic)라는 웹 브라우저를 개발하며 대중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창구를 열었다. 이전까지 인터넷은 연구자와 과학자들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마우스로 클릭만 하면 쉽게 웹 페이지를 열어 볼 수 있게 한 모자이크는 기술에 문외한이었던 일반 사용자들도 인터넷에 입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후 모자이크의 개발팀은 넷스케이프(Netscape)라는 회사를 창업하며, 1995년에 인터넷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업공개(IPO) 중 하나를 성공시킨다.
넷스케이프의 몰락은 앤드리슨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1999년 넷스케이프가 AOL에 매각된 이후, 잠시 ‘초기 스타트업을 이끄는 혁신가’라는 역할에서 물러난 듯 보였다. 그러나 그 시기에 그는 뒤로 물러서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투자 생태계를 면밀히 관찰하며 다음 행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넷스케이프의 실패에서 ‘창업자 보호’와 ‘혁신의 지속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우쳤다.
2000년대 초반, 앤드리슨은 개인투자자로 활동하며 창업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투자한 회사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트위터(현 X)가 포함된다. 이 시기 쌓은 경험은 그가 단순히 창업가로서뿐만 아니라 ‘창업자의 멘토’이자 ‘투자자로서의 성공’을 거두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벤처캐피털
마케팅-인사-기술 등 전분야 지원
이 혁신적인 모델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기존 벤처캐피털들은 그저 자금줄로만 인식되었던 반면,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혁신을 실현할 수 있는 동반자’로 자리 잡았다. 그는 창업자 중심의 경영철학을 지지하고, 유망한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본을 선제적으로 투입하여 창업가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가 창업자들에게 보여준 신뢰와 지지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a16z는 빠르게 성장하였고, 오늘날 420억 달러(약 58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며 실리콘밸리 최상위 벤처캐피털로 자리매김했다.
마크 앤드리슨은 일찍이 “모든 기업은 결국 기술 회사가 될 것”이라며 기존 산업의 기술 전환을 내다보았다. 그는 페이스북, 트위터, 에어비앤비, 코인베이스 같은 거대 스타트업들에 초기 단계에서 투자를 단행하며 그들 모두가 자신만의 독특한 기술적 솔루션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특히 그는 파괴적인 기술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여겨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핀테크(Fintech), 그리고 헬스 케어 기술에 중점적으로 투자하였다. 그의 투자 철학은 언제나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기술이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스타트업이 신기술을 통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산업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겼다. 이러한 투자 덕에 a16z는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캐피털’로 평가받고 있다.
“단기수익보다 미래비전에 투자”
쉽게 말해 ‘안타보다는 홈런’에 투자해야 한다. 성공 확률이 낮더라도 성공했을 경우 기업이 가져올 이익이 막대하다면 그만한 모험을 하게 지원해 주는 것이 벤처캐피털 산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기업도 한두 개 투자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큰 꿈을 품은 창업가들을 지원했으면 한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매그니피센트 7과 같은 홈런 기업들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벤처캐피털 기업에 모든 리스크를 지라고만 할 순 없다. 정부도 모험적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털 기업에 세제 및 지원 혜택을 주는 등 시스템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마크 앤드리슨은 그가 투자한 회사들에 단순한 자본 공급자가 아닌 ‘창업자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환경을 제공하는 파트너’로 남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기술과 기업가정신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에게 “당신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의 벤처캐피털계에도 그의 조언이 닿아 ‘홈런 파트너십’이 만들어지길 기원한다.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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