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식 법학전문대학원協 이사장 “문과생 진로 막혀 로스쿨 쏠림… 인재 미스매치 해소해야” [세상을 보는 창]
다양한 배경·지역 인재 배출할 수 있어
돈이 없어 로스쿨 못 간다는 일도 없어
체계적인 제도·교육 받고 법조인 돼야
변시 무관한 기초 법학 과목 외면 ‘그늘’
로스쿨·학부 법학과 간 협력 체계 필요
‘5脫’ 규정 적용 인원 1543명… 대책 절실
AI 시대 리걸테크 기업들과도 협력의 문
서울·지방 로스쿨 간의 격차도 해소할 것

―올해 로스쿨 개원 15주년을 맞아 지난 역사를 간략히 평가한다면.

“사시 시절엔 학부 때부터 법학을 전공한 이들이 사시 합격자의 90% 이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법률가 집단이 굉장히 동질적이었다. 다양한 이슈나 관점에 대응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의 유입이 부족했다. 로스쿨의 장점은 다양한 배경의 법조인을 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사시 통과는 굉장히 어려웠다. 학원을 많이 다녀야 하고 수험 기간도 길다 보니 아무래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 사시에 합격했다. 합격자들이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되는 문제도 있었다. 반면 로스쿨은 지역균형 인재 선발제도를 통해 지역 인재를 선발한다. 자연히 법조인들의 출신 지역이 다양해졌다. 또 로스쿨은 등록금 수입의 30% 이상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돈이 없어 로스쿨에 못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 로스쿨 때문에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어려워졌다고들 하는데, 그런 독학이나 외골수 스타일의 수험 준비는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다. 체계적인 제도 아래에서 교육을 받고 법조인이 되는 것이 현시대에 부합한다.”

“로스쿨은 변호사 양성이 목표다. 기초 법학도 중요하지만, 그에 대한 기본 소양은 (로스쿨이 아닌) 학부 시절에 쌓는 것이 옳다. 로스쿨이 3년 과정인데 그 기간에 기초 법학까지 공부하기란 쉽지 않다. 로스쿨과 학부 법학과 간의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학부에서 기초 법학을 공부한 친구들이 졸업 후 로스쿨로 진학하고, 이들이 로스쿨에서는 기초 법학과 기본 법학, 전문 법학을 연계하여 학습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이 바람직하다.”
―변시 합격률은 50%가 조금 넘는다. 이는 ‘소정의 과정만 거치면 누구나 법조인이 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우리 협의회가 파악하기로 5탈 규정의 적용을 받은 인원이 현재까지 1543명(1~12회 변시)이다. 이런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법학을 8∼10년 공부하고도 법조인이 되지 못한다면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일뿐더러 사회적으로도 기회비용이 엄청나다. 그들이 법조 관련 직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변호사는 아니지만, 기업 법무팀 등에서 일할 수도 있지 않겠나.”

“로스쿨 이전 사시 시절에도 법학과는 인기가 높은 학과였다. 그때는 이공계 우등생들이 다 의대만 간 건 아니고 공대도 갔다. 마찬가지로 문과생도 우수한 이가 다 법대만 간 게 아니고 경제학과에 가기도 했다. 문제는 오늘날 문과생들의 진로가 너무 막혀 있다는 점이다. 졸업 후 취업이 잘 안 되니 로스쿨로 쏠린다. 로스쿨 진학 결심 이전 단계에서 이미 인재의 미스매치(수요·공급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 산업 현장에선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분야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우리 대학들은 그런 인재를 길러낼 학과가 많지 않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대학 입시는 아직도 20∼30년 전의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로스쿨 도입 후 ‘법조 일원화’의 일환으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10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정했다. 그런데 최근 국회가 법을 고쳐 그 기간을 5년으로 단축했다.
“법조 일원화는 이상론이다. 문제는 그것에 맞게 법조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재판에서 판사가 모든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변호사와 배심원 등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반면 우리는 재판이 판사에게 집중돼 판사가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는 구조다. 젊어서부터 잘 훈련된 판사가 아니면 감당이 안 된다. 그러니 10년씩이나 기다리기에는 너무 길고 5년 정도로 절충한 것은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한국 현실이 반영된 법조 일원화인 셈이다.”

“로스쿨 입장에선 AI 솔루션(문제 해결 시스템)을 잘 다룰 수 있는 변호사를 양성하고 싶다. 지금 전국 25개 로스쿨이 저마다 규모가 다른데 규모가 작거나 지방에 소재한 로스쿨의 경우 그런 교육을 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리 협의회가 학생들에게 AI 관련 교육 기회와 채널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리걸테크(법률과 디지털 기술의 연계) 기업들과도 협력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앞으로 2년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어디에 있는 로스쿨을 가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인재로 양성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로스쿨 개원 후 15년이 지나며 서울 등 수도권 로스쿨과 지방 로스쿨 간의 격차가 커졌다. 이를 해소해 전국 로스쿨들의 평균적 역량 강화를 끌어내고자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경 보다 헌신 택했다”…조은지·라미란·김윤진, 톱배우들의 이유 있는 남편 선택
- 30억 빚 → 600억 매출…허경환은 ‘아버지 SUV’ 먼저 사러 갔다
- 호적조차 없던 이방인서 수백억원대 저작권주…윤수일, ‘아파트’ 뒤 44년의 고독
- “내가 암에 걸릴 줄 몰랐다”…홍진경·박탐희·윤도현의 ‘암 투병’ 기억
- 47세 한다감도 준비했다…40대 임신, 결과 가르는 건 ‘나이’만이 아니었다
- 100억 쓰던 ‘신상녀’ 300원에 ‘덜덜’…서인영 “명품백 대신 가계부 쓴다”
- “통장 깔까?” 1300억 건물주 장근석의 서늘한 응수…암 투병 후 악플러 ‘참교육’한 사연
- "故 전유성, 지금까지 '잘 놀았다'고"…최일순, 유작 작업 중 그리움 드러내
- “깨끗해지려고 썼는데”…물티슈, 항문 더 망가뜨리는 이유 있었다
- “밤에 2번 깨면 다르다”…피곤인 줄 알았는데 ‘야간뇨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