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의 기원, 유인원의 그루밍 마무리 동작"

이병구 기자 2024. 10. 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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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키스가 과거 유인원들이 서로 털이나 피부에서 이물질·기생충 등을 제거해주는 '그루밍(grooming)'의 마무리 동작에서 기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드리아노 라메이라 영국 워윅대 심리학과 교수는 17일(현지시간) 키스의 진화적 기원이 유인원들의 그루밍에서 유래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진화 인류학'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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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키스가 유인원들이 서로 털이나 피부에서 이물질·기생충 등을 제거해 주는 그루밍(grooming) 행동에서 기원했다는 가설이 제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간의 키스가 과거 유인원들이 서로 털이나 피부에서 이물질·기생충 등을 제거해주는 '그루밍(grooming)'의 마무리 동작에서 기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드리아노 라메이라 영국 워윅대 심리학과 교수는 17일(현지시간) 키스의 진화적 기원이 유인원들의 그루밍에서 유래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진화 인류학'에 공개했다.

입술을 다른 사람의 몸이나 물건 등에 접촉하는 '키스(kiss)'는 수천 년 동안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 걸쳐 애정을 표현하는 행동이다.

키스는 문화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전세계적으로 친밀함을 표현하는 보편적인 행위다. 단순한 문화적 관습이라기보다 오랜 진화 메커니즘이 있다는 시각이 꾸준히 제시됐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키스가 냄새를 맡거나 수유 또는 음식을 입으로 건네는 행동에서 진화했다는 가설들이 나왔다. 

라메이라 교수는 앞서 제시된 가설들이 현재의 키스와 연관관계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그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행동이 키스의 기원이 되려면 키스의 형태, 기능, 맥락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키스는 입술을 내밀고 흡입하는 동작이다. 라메이라 교수는 "냄새를 맡을 때는 이런 동작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입으로 음식을 건네는 것은 입술을 내밀긴 하지만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밀어내는 것이며 수유는 키스와 형태가 비슷하지만 왜 먹는 행위와 관련이 없어지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문화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키스는 전 세계적으로 애정과 친밀함을 표현하는 보편적인 행동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라메이라 교수는 키스의 형태, 기능, 맥락을 충족하는 유일한 행동을 유인원의 그루밍 행동에서 찾았다. 그루밍을 하는 개체는 다른 개체에 다가가 털에 붙어 있는 기생충이나 이물질을 찾고 마지막에 입으로 흡입한다.

그는 "인류가 진화하면서 털을 잃었기 때문에 그루밍이 필요없어지고 그루밍에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다"며 "그루밍을 하는 개체가 입술로 이물질, 기생충을 붙잡는 '마지막 키스'만이 수백만 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메이라 교수는 약 700만년 전 유인원이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오면서 키스가 진화했을 것으로 봤다. 기생충은 나무 위보다 지상에 더 많기 때문에 그루밍이 중요해졌고 이후 털이 사라지면서 그루밍의 '위생적 기능'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동작인 키스가 상징적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그는 "입술과 입은 촉각에 가장 민감한 신체 부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서로의 입술을 맞대는 키스는 추가적인 쾌락 효과를 위해서 유지됐을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라메이라 교수는 유인원들이 과도한 그루밍이나 질병으로 털이 없어졌을 때 그루밍 시간이 짧아지면서 마지막 키스가 보존된다면 가설을 뒷받침할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간 키스의 진화에 대해 이해하려면 인류 조상의 광범위한 사회생태학적, 인지적, 의사소통적 맥락의 영향을 염두에 두고 숙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02/evan.22050
- doi.org/10.1126/science.z74dw8g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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