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뺑소니, 걸려도 벌금 12만원…“도망가는 게 이득”

약한 처벌탓 물피도주 피해 늘어
CCTV로 잡아도 “배 째라” 일쑤
경찰 “수사하는 보람 떨어져”

[연합뉴스]

“주차 뺑소니 범죄 저지르면 그냥 도망가는 게 답입니다. 법이 그래요.”

전 모씨(33)는 최근 서울의 한 공용주차장에서 차량 물피도주 피해를 당했다. 옆 주차 차량이 전씨의 차량을 들이받은 사고를 냈지만, 미조치 후 현장을 떠났다.

전씨는 부랴부랴 본인 차량의 블랙박스와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지만, 사각지대에 위치해 결국 범인을 찾지 못했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벌금 12만원이 처벌의 전부”라는 말을 들으며 한숨을 쉬었다.

주차된 차량에 접촉 사고를 낸 후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주차 뺑소니(물피도주)’ 사건이 비일비재하지만, 약한 처벌 탓에 오히려 범죄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물피도주로 인한 형사처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는 게 전부다.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의 경우 승합차 13만원, 승용차 12만원으로 처벌이 더 약해진다.

2017년 이전엔 물피도주 사고 운전자 처벌이 아예 불가했지만, 2017년 법 개정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처벌이 약하다 보니 피해자들 사이에선 물피도주 범죄를 일으켜도 “차라리 도망가는 게 이득”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물피도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최근 물피도주를 당한 후 경찰 신고로 겨우 범인을 잡은 이 모씨(45)는 “정작 뺑소니범을 잡아도 ‘난 보상해줄 수 없다. 배 째라’고 뻔뻔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벌금이 차량 수리비보다 훨씬 적은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범죄자 입장에선 뺑소니를 쳐도 안 잡히면 그만이다. 이 경우 벌금도 아끼고, 보험 접수로 인한 보험료 할증을 막을 수 있다. 경찰에 붙잡혀도 소액의 벌금을 납부하고 보험 접수를 해주면 그만이다. 대인 피해가 없다 보니, 별도 형사 합의도 이뤄지지 않는다.

전씨는 “법이 범죄를 조장하고 있다”며 “피해자는 CCTV 확인, 경찰 신고, 보험 접수 등 범죄 피해로 수많은 일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벌 수위가 약하다 보니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게 사실”이라며 “수사하는 보람도 떨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