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우승 KIA, 그 후는···오직 양현종만 할 수 있는 이야기 “왕조? 우린 아직 부족하다”[KSx스토리]

김은진 기자 2024. 10. 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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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이 지난 28일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이범호 KIA 감독과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지난 28일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가졌다. 1983년을 시작으로 총 12차례 한국시리즈에 나가 한 번도 물러나지 않고 모두 우승을 차지한 역사도 이었다.

12번의 우승 중 9번은 해태 이름으로 거뒀다. 검정과 빨강의 강렬한 유니폼이 타 팀에게는 공포의 상징이기도 했던, ‘해태 왕조’라 불리던 시대였다.

1983년부터 1997년까지 15년 사이에 9번 우승했던 해태를 지나 2001년부터 KIA가 된 타이거즈는 올해까지 3차례 우승했다. 2009년, 2017년, 그리고 2024년. 8년과 7년의 간격을 둔 세 번의 우승을 모두 함께한 KIA의 유일한 선수 양현종(36)은 28일 우승 직후, ‘왕조’에 대한 질문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핵심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한 위기를 숱하게 넘기면서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고 한국시리즈에서마저 압도적으로 우승한 KIA는 이제 자연스럽게 내년에도 최강팀, 우승후보로 분류된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면 또 팀별로 전력이 요동을 치겠지만 KIA는 젊은 선수들이 자리잡기 시작했고 베테랑들이 여전히 끌어주는 균형잡힌 팀으로 최강의 자리를 굳혔다.

KIA 양현종이 28일 한국시리즈 우승 뒤 김도영과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2019년 우승을 마지막으로 두산이 주춤한 이후 2년 연속 우승하는 팀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29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직후 ‘왕조’로 향하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던 LG도 올해 정규시즌 3위로 물러났다. KBO리그에서 ‘왕조’에 대한 막연한 갈망은 KIA로 향한다.

그러나 KIA가 되어 차지한 세 번의 우승을 다 겪었고, 왕좌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해봤기에 양현종은 ‘왕조’에 도전한다는 목표 자체도 언급을 아낀다.

양현종은 “우리는 아직 부족히다. 과거 두산, 삼성 그리고 옛날 해태 선배님들처럼 3~4년 연속 우승하지도 않았고 우리는 정말 8년 만에, 7년 만에 우승했다. 우리가 내년에 우승을 하고 또 내후년에도 이 자리에 있다면 그때는 얘기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왕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그 단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 자체에 내년에도 우승하고 싶다는 목표가 포함돼 있다. 양현종은 2009년 풀타임 선발 시즌을 시작해 막내로서 우승에 일조했고, 2017년에는 최전성기의 에이스로서 리그를 평정하면서 우승을 이끌었다. 2024년에도 양현종은 국내 1선발로 뛰었다. 개막 로테이션을 함께 출발한 선발 5명 중 4명이 부상으로 이탈한 중에도 양현종 혼자 시즌을 끝까지 지켰다. 여전히 KIA 마운드는 양현종이 끌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시즌이기도 하다.

KIA 양현종이 지난 23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관중에 인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은 후배들을 치켜세운다. 양현종은 “선발이 다 아파서 팀이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중간 투수들이 정말 잘 해줬고, 황동하와 김도현도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그 결과가 우리 1위로 나온 것 같다. 어린 선수들, 그리고 중간 투수들이 정말 노력 많이 했고 칭찬받아야 마땅한 시즌”이라고 말했다. 내년 이후에도 결국은 양현종을 이어 KIA를 끌어가야 할 투수들이다.

28일 우승 직후, 광주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우승 축승연에서 최준영 KIA 타이거즈 대표이사는 “부임하고 3년차에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는데 선수단이 이뤄줘서 기쁘다”고 선수단을 치하하며 “앞으로 더 잘 해 5연패까지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승 팀의 숙명, KIA 역시 다음 목표는 2연패다. 스물한살 투수 양현종이 최고참이 되기까지 세월 동안, 그 연속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KIA와 양현종 모두 뜨거운 가슴을 누르고, ‘왕조’ 언급을 자제하며 차갑게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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