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교제살인' 20대에 '무기징역' 구형…"사죄하는 태도가 이거냐"

피고인 '심신미약' 주장했으나 정신감정결과 '심신 건재'
재판장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논리적으로 외운듯 답변" 질책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성남=뉴스1) 배수아 기자 =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29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허용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변론을 종결했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면서 "전자장치 부착 30년도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사는 "살해방법의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유가족이 받는 정신적인 고통 등을 모두 고려해달라"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검찰 구형에 앞서 검찰측과 변호인측의 피고인 신문도 함께 이뤄졌다.

A 씨는 법정에서 '심신미약'과 '우발범행'을 주장하고 있다.

검사는 "흉기 구매 후 살해하기까지 4시간 간격이 있었는데 그 사이 주거지에서 살해할 계획을 했던 게 아니냐"고 묻자 A 씨는 "아니다"고 답했다.

A 씨는 범행 전 인터넷으로 '강서구 PC방 살인'에 대해 검색한 경위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대해서도 "일반 사람들이 뉴스 검색을 하듯이 궁금해서 한 것일 뿐"이라면서 "2019년 요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호텔조리학과에 입학하면서 캠핑용 칼에 관심이 있어서 검색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이어진 변호인 신문에서 변호인은 A 씨에게 "인지기능이 어떻게 되냐"고 하자 "2021년 아이큐 60 이하로 군대를 면제받게 되면서 지능장애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앓고 있는 지병이 있냐"고 하자 A 씨는 "신체적으로는 뇌종양 판정을 받았고, 정신적으로는 2021년도에 편집성 조현병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피해자와 어떤 관계였냐는 물음에 A 씨는 "제 인생 유일한 희망이라는 느낌과 여자친구가 없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고 했다. 범행 당시 만남에 대해서도 "그녀의 마음을 되돌려보고자 흉기로 자해하면서까지 내가 널 이만큼이나 좋아한다고 표현하려고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만나 내가 널 이 정도로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키가 작을거면 성전환수술을 하라'는 말로 모욕했고 '너희 부모님은 자식농사 망했다'면서 부모님도 모욕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이같은 말을 들은 후 환청과 환시가 생겨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장이 직접 A 씨에게 "지능장애라면서 말을 이렇게 잘 하냐. 지금 피고인은 아주 요약되게 일목요연하게 답변을 잘하고 있다"고 하자 그는 "그렇게 느끼셨다면 저는 할 말이 없다"면서 "아이큐 60 이하 지능장애로 판명이 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재판장은 또 "피해자 유족한테 사죄하는 태도가 이거냐"며 "말하는 태도와 내용을 들어보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논리적으로 외운듯이 답변을 아주 잘한다"고 A 씨를 질책했다.

A 씨는 심신미약을 주장하나 정신감정 결과 범행 당시 심신은 건재했던 것으로 나왔다.

다음 선고 기일은 11월 21일 열린다.

앞서 A 씨는 지난 6월 7일 경기 하남시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여자 친구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 씨는 B 씨와 교제하다 이별 통보를 받은 데 앙심을 품고, B 씨를 불러 미리 준비한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