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궤도냐 혼란이냐’ 30년 숙원 전남권 의대 설립 기로에…‘11월 중대 분수령’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10. 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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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순천대 “1차 시한 합의 안 됐지만 대학통합 공감, 논의 지속”
용역사 “11월20일까지 합의하면 ‘통합의대 1안’으로 정부 추천 검토”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남 도민의 30년 숙원인 전남권 국립의과대학 설립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통합 의대 설립을 추진 중인 국립 목포대와 순천대가 용역기관이 제시한 1차 합의 시한인 28일까지 통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 대학은 통합의대를 어디에 둘 지, 통합 전 의대 예비인증 대학은 어느 대학으로 할 지 등 주요 쟁점에서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은 통합 의대 설립이다. 두 대학은 최근 큰 틀에서의 통합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인 통합의대를 목포나 순천 어디에 둘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아 의대 입지를 둘러싼 큰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 최종 데드라인인 11월 20일까지 입장 차를 좁힐 수 있을지 지역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해 1월 1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남 국립의대 설립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전남도 의과대학 유치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남도

'통합의대' vs '1대학 2병원 공모' 두 갈래 길…어디로 가나 

전남 국립의대 설립 앞에 놓긴 갈래 길은 두 가지다. 정부 추천대학 공모와 대학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의대 설립이다. 용역사는 끝내 대학 통합이 무산될 경우 당초 예정대로 '1대학(의대) 2부속병원'을 골자로 한 공모 추천방식의 후속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11월 20일 이전까지 양 대학이 통합에 합의할 경우 통합 의대 방식이 제1안으로 정부에 추천이 유력시된다. 

따라서 오는 11월 한 달이 전남 국립의대 설립 방향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목포대와 순천대가 통합에 합의해 도민의 30년 숙원인 국립의대 신설이 실현될지, 아니면 통합이 무산되면서 또다시 정부 추천대학 공모를 둘러싸고 전남 동서부 지역 간에 극한 혼란에 빠질지가 이 기간 내에 정해지기 때문이다. 

1차 데드라인 넘겼으나…논의 '불씨'는 살려둬

28일 목포대·순천대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양 대학은 대학통합에 기반한 의과대학 신설 방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전남도 용역사의 공모 절차와 별도로 전남도민의 의료복지 향상과 양 대학의 미래 발전을 위한 대학통합 취지에 상호 공감, 지속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부적 사항 등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지만 공모 마감일인 11월 20일까지 재차 통합 논의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통합의 불씨를 살려둔 셈이다. 비록 이날 두 대학이 합의문을 내놓지 못했지만 입장문 형태를 통해 다음달 말까지 쟁점 사안에 대해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천명함으로써 통합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이를 전남 첫 의대 신설과 2026학년도 첫 신입생 배정에 긍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앞서 두 대학 총장은 지난 14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영록 전남지사, 김문수 국회의원 등이 참여한 오찬 간담회에서 '큰 틀에서 대학 통합 합의'라는 대외 선언을 하면서 군불을 땠다.   

앞서 전남 국립 의대 정부 추천 용역 주관사인 A·T커니코리아와 법무법인 지평은 지난 22일 향후 로드맵을 발표하며 28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 양 대학에 통합합의서 제출을 요청했다. 제출 기한을 넘길 경우 공모 추천을 진행해 두 대학 중 1곳을 선정, 11월 25일까지 정부에 추천할 계획이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학 실무진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통합 필요성에 공감하고 주말과 휴일을 포함해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논의를 진행했다. 양 대학의 실무진은 전날 오후 4시부터 비공개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하지만 최종 합의는 이끌어 내지 못했다. 통합 의대 설립이라는 큰 틀에는 동의했지만, 세부적 사항을 두고 양 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느슨한 형태' 통합 의견 접근…막판 3대 쟁점에 '발목'  

그렇다면 통합 선언의 발목을 잡은 입장 차는 뭘까. 두 대학 간에 숨가뿐 협의과정에서 △통합 대학의 형태 △통합 전 의대 예비 인증 대학 선정 △통합의대 입지 등 크게 3가지가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우선 통합 대학의 형태는 현재대로 양 대학 총장을 각각 선출해 인사권과 재정권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형식상의 대표 총장을 두는 '느슨한 형태'의 대학 통합에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주호 교육부총리도 오찬 간담회에서 "엄격한 의미가 아닌 '느슨한 형태'의 통합부터 시작해도 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형태의 1:1 국립대 통합 사례가 없고, 법령도 미비해 교육부와의 협의를 병행하고 있다.

'통합 전 의대 예비 인증 대학을 누가 할 것인가'는 뜨거운 감자다. 현행법상 2026년 3월 의대를 개교하려면 오는 11월 29일까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예비인증 평가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통합 대학이 아직 설립되지 않은 만큼 현실적으로 두 대학 가운데 한 대학이 형식적으로라도 우선 예비 인증을 신청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자칫 신청 대학에 의대가 설립되는 모습으로 지역사회에 비춰질 수 있어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무엇보다 최대 쟁점은 통합의대를 어디에 둘지에 대한 입지 문제다. 큰틀에서 대학 통합 합의로 의대설립에는 한발 나아갔지만 의대를 목포나 순천 어느 지역에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양 지역의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두 대학은 이와 무관치 않은 통합의대 방식과 관련해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목포대는 2026학년도 통합의대 정원을 의대와 대학병원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목포대에 배정해주고, 순천대가 몇 년 후 의료시설 부지를 갖추면 순천대에 일부 정원을 할당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순천대는 정원 100명씩 목포캠퍼스와 순천캠프스 두 곳의 의대를 운영하는 '전남형 통합(연합의대)'을 주장하고 있다. 

목포대학교(왼쪽)와 순천대학교 ⓒ홈페이지 캡쳐

'낙관 기류' 상당…목포대·순천대 '플랜 B'도 준비 

지역 관가와 지역사회에선 통합 합의를 낙관하는 기류도 상당하다. 1차 데드라인까지 기본합의서 도출에는 실패했으나, 공동 입장문을 통해 통합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데 뜻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국립 의대 설립과 관련, 입지를 일원화하는 공모 과정에 대한 반발 기류 등으로 우려가 제기됐던 전남 의대 설립을 위한 지역의 단일안 도출이 가능해져 해묵은 숙원사업 추진에도 청신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 두 대학은 통합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를 대비한 '플랜 B'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통합을 반신반의하는 목포대의 경우 당초 계획대로 정부 추천 대학 공모에도 참여하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전남도가 추진하는 공모가 불공정하다"는 등이 이유로 줄곧 공모 참여를 거부해온 순천대 또한 통합이 여의찮으면 기존에 주장해 온 교육부 공모 방식으로 원점 회귀할 태세다. 

이날 두 대학의 통합 선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단 전남도의 대학 추천 공모 용역은 계획대로 재개될 예정이다. 용역사인 에이티커니코리아 등은 29일 대학설명회와 공청회를 시작으로 30일 평가기준을 확정하는 등 공모 절차를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음달 20일까지 두 국립대를 상대로 제안서를 공모하고, 평가를 통해 25일까지는 최종 추천 대학을 선정할 방침이다.

다만, 용역사는 공모를 진행 과정중에도 내달 20일까지 '통합 합의서'가 제출되면 통합의대 방식을 1안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양측이 공동 제출한 통합의대 계획안을 정부에 추천할 예정이다. 합의서에는 통합 목적과 시점, 국립 의대 유치 방안 등 기초적인 내용이 담기게 된다. 

용역사 관계자는 "오는 11월 25일까지 정부에 반드시 추천해야하는 촉박한 일정으로 통합 합의가 어려울 경우, 공모를 진행해야 한다"면서도 "'통합 의대'와 '공모'를 염두에 두고 최선의 설립 방식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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