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로보틱스 합종연횡, 사업 재편 방향은?[두산그룹 플랜B①]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리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자 다시 사업구조 개편안을 추진한다.
두산그룹이 이번에 꺼낸 개편안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 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 분할한 뒤, 이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안건을 처리하고, 구조 개편을 추진한다.
이같은 구조 개편의 궁극적인 이유는 연관 있는 사업들끼리 묶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클린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 ▲스마트 머신(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반도체·첨단소재(두산데스나) 등 3대 사업 부문으로 개편한다.
당초 두산그룹은 지난 7월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하며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합병할 방침이었다.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뒤 두산밥캣을 상장 폐지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밥캣 저평가 논란'과 함께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으로부터 압박도 적지 않아, 결국 한 달 만에 이 방안을 철회했다.
대신 두산그룹은 이번에 새롭게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의 합병 비율을 1대 0.043로 잡았다.
이는 기존 합병 비율 1대 0.031보다 오른 것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치를 그만큼 높인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식가치를 지난 7월11일(이사회) 종가 기준으로 단순 환산할 경우, 기존 방안보다 39만원 더 높였다.
소액주주들의 반대를 좀 더 무마하려는 의지와 함께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에게도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나눠주며 사업 개편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입장도 엿보인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분할 합병비율을 변경했다"며 "비영업자산을 정리해 두산에너빌리티가 1조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되면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자료(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원전의 경우 체코 2기(후속 2기 가능성), 아랍에미리트(UAE) 2~4기, 폴란드 또는 사우디 2기,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 2기 등 총 10기의 수주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분야에서 향후 5년간 약 62기 수주를 목표로 수립하고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이번 사업 재편으로 확보되는 재원으로 추가 투자할 때 예상되는 투자수익률은 15%를 넘는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두산밥캣을 통해 얻는 기존의 배당수익보다 기대이익이 높다"며 "2028년 기준 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로보틱스 역시 세계 17개 생산기지와 1500개 영업네트워크를 구축한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 북미·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다.
두산밥캣이 주목하는 산업용 자율작업 장비 시장에도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33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이 시장은 향후 연간 12% 성장해 2031년에는 612억달러(8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고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 및 정밀 제어, 비전 인식,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며 "두산밥캣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두산로보틱스의 모션자동화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능력 등을 접목해 무인화, 자동화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시너지가 없는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있는 것보다 두산로보틱스와 모회사-자회사가 되는 쪽으로 재편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사업 개편 효과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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