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정몽규 회장 체제 축협에 힘 실어주는 이유는?

박효재 기자 2024. 10. 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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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오른쪽)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웃고 있다. 연합뉴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29일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어워즈 참석차 방한해 대한축구협회를 “매우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고 치켜세우며 정몽규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이를 두고 FIFA의 전략적 목표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FIFA는 클럽 월드컵 등 주요 국제 대회 확대, 글로벌 축구 시장 확장이라는 두 가지 큰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오랜 후원 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과 범현대가 일원으로 얽혀있는 한국 축구계 수장 정몽규 회장과 협력 관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FIFA와 현대차그룹의 파트너십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FIFA는 기존 마케팅 전략에서 벗어나 월드컵 마케팅 권리를 여러 기업에 개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때 현대차는 FIFA와 파트너십을 맺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포함해 13개 FIFA 대회를 후원하며 FIFA의 공식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이후 현대차는 2002년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6번 연속 월드컵을 후원했고, 최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FIFA의 지속가능성 목표에 부응해 친환경 차량을 제공하고, 축구 팬들의 친환경 활동 참여를 유도하는 ‘세기의 골’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FIFA는 2025년 미국에서 열리는 클럽 월드컵부터 참가 팀을 7개에서 32개로 대폭 확대했다. 국가 대항전인 월드컵에 버금가는 국제 대회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회 규모가 커질수록 운영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에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지속적 후원은 필수적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FIFA와 파트너십을 연장하면서 클럽 월드컵, 여자 월드컵 등 FIFA 주요 대회를 후원하기로 했다.

정몽규 회장은 범현대가 일원으로서 FIFA와 현대차 간의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 회장은 홍명보 남자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 결여 논란으로 사퇴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도 4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 회장이 축협 운영을 범현대가의 과업으로 여겨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 시장 확대의 전초 기지로서 한국 축구계 수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도 있다. 중국이 ‘축구 굴기’를 외치며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승부 조작과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한풀 인기가 꺾였다. 반면 2002년 월드컵 성공 개최 경험, 탄탄한 축구 인프라, 높은 팬덤을 보유한 한국은 FIFA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정 회장은 AFC 부회장을 역임하며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FIFA의 아시아 시장 공략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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