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날 만든 '명태균 메모장' 파일 입수...'윤석열 직보' 정황
뉴스타파는 이른바 '명태균 보고서'를 가공 및 요약한 '명태균 메모장' 파일을 입수했다. 이 메모장 파일의 존재가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 선거 하루 전날인 2022년 3월 8일에 작성된 '명태균 메모장' 파일은 뉴스타파 취재를 종합하면, 당일 저녁에 명 씨가 윤석열 후보에게 직접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 대선 당일 미래한국연구소가 만든 비공개 여론조사, 이른바 ‘명태균 보고서’가 윤석열 캠프에 존재했고, 핵심 참모진이 이 보고서를 토대로 전략 회의까지 열었던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데 보고를 목적으로 만든 별도의 메모장 파일이 발견됨에 따라 '명태균 보고서'를 가장 먼저 전달받은 사람 또한 윤석열 후보 본인이었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대선 전날 500자 분량 '텍스트 메모장' 작성 지시한 명태균
명태균 씨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2022년 2월 28일부터 3월 8일까지 9차례에 걸쳐 '대선 면밀조사'란 이름의 비공개 여론조사를 하게 했다. 총 조사 비용은 6천 4백만 원. 이 기간에 명 씨는 여론조사 실무자인 강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 총장 문자가 왔네"라며 결과 보고서를 빨리 만들라고 독촉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대선 전날인 2022년 3월 8일 명 씨는 이날의 여론조사 결과를 요약한 500자 분량의 ‘메모장’ 파일을 별도로 만들라고 강 씨에게 지시했다. '명태균 보고서'와 별개로 '명태균 메모장 파일'이 만들어진 것이다.
3월 8일 오후 6시 20분, 강혜경 씨는 여론조사 보고서 PDF 파일을 완성했다. 그런데 15분 뒤인 6시 35분, 명 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이 통화에서 명 씨는 "다른 게 아니고 (여론조사) 보고서는 그냥 하고 그 텍스트 있잖아. 텍스트...그거 텍스트만 해줘. (여론조사) 보고서는 놔두고"라고 말한다. 통화 17분 뒤인 오후 6시 52분, 강혜경 씨는 텍스트(글자)로 된 메모장 파일을 급히 만들어 명 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명 씨가 언급한 '텍스트'는 37쪽에 달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정리해 요약한 메모장 파일이다. 인쇄하면 A4 한 장 분량이다. 명 씨는 이날 통화에서 여론조사 보고서에 나온 항목 중에 ▲지지후보 없음이나 ▲잘모름 · 무응답 항목을 빼고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등 후보들의 지지율 총합이 100%가 되도록 다시 계산해서 '텍스트' 메모장을 만들라고 말한다.
강혜경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명태균 씨가 처음에는 여론조사 보고서를 만들라고 했다가 이후 전화로 텍스트로도 만들어 카카오톡으로 달라고 했는데, 어딘가에 보고하기 위해서 텍스트를 만들라 했던 것 같았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보고서에 들어간 이미지나 그래프를 다 빼고, 한눈에 결과를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 1장 짜리 '보고용 파일'이었던 것이다.
명태균 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설명 없이는 윤석열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대선 전날 긴박한 상황에서 대면 설명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대안으로 '텍스트 메모장'을 만들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선 직전 9차례 대선 면밀조사에서 '텍스트 메모장'이 작성된 건 3월 8일 단 하루 뿐이었다.
○ 명태균 : 다른 게 아니고. 보고서는 그냥 하고 그 텍스트 있잖아. 텍스트.
● 강혜경 : 텍스트, 네네.
○ 명태균 : 거기는 백분율로 해서 계산해 줘야지. 보고서는 보고서대로 그냥 놔두는 거고.
● 강혜경 : 알겠습니다.
○ 명태균 : 그 텍스트는 금방 계산하잖아. 전체 합이 100(%)이니까 기타 부분 말고 나머지 무응답 이런 것들을 프로테이지별로 다 넣어주면 되잖아. 비율 별로 간단하잖아. 계산기 두드리면 나오는 대로. 그것만 해주면 돼요.
● 강혜경 : 알겠습니다.
○ 명태균 : 그러면 백분율로 다 계산해줘. 숫자들을. 그럼 금방 하겠죠 그거는. 그거 텍스트만 해줘. (여론조사) 보고서는 놔두고.
- 명태균-강혜경 통화 녹취록 (2022년 3월 8일 18시 35분)
명태균 "윤석열 외 캠프 사람 아무도 몰라"...윤석열 '직접 보고' 정황
뉴스타파는 '명태균 보고서'의 윤석열 캠프 전달 정황을 묻기 위해 지난 26일 명태균 씨와 통화했다.
명 씨는 우선 "원래 잘 아시겠지만 공표 조사 같은 경우는 공표되기 전에 기자들한테 돌리는 거다. 나는 그게(보고서) 왜 거기(윤석열 캠프) 있는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가 보는 건데 그게 (캠프로) 갔다면 그럼 미래한국연구소에서 누가 돌렸든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며 윤석열 후보나 캠프에 보고서를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던 명 씨는 여러 차례 뜻밖의 발언을 했다. 명 씨는 당선 후는 물론 대선 기간 중에도 윤 대통령과 줄곧 연락을 했다고 주장했다. "본선에 들어가면 국민의힘 당에서 다 하지만, 당에서 하는데 부족한 점이나 어려운 게 뭐가 있을까"를 생각해서 윤석열 후보와 전화 통화를 했고, 직접 만난 사실도 있다고 말했다.
○ 기자 : 그러니까 본선 후보하고 대선 기간 내내 연락하셨다는 그 말씀이네요?
● 명태균 : 연락은 대통령 유세하고 있는데 뭘 자주 전화했겠어요? 근데 전화는 다 했지.
○ 기자: 전화 와서 도움 좀 요청하고 수준인가요? 그러면?
● 명태균 : 본선에 들어가면 국민의힘에서 당에서 합니다. 그 당에서 하는데 당에서 부족한 점이나 어려운 게 뭐가 있을까. (중략) 대선 기간에 연락했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대선 끝나고 당선인일 때도 통화를 했어요.
○ 기자 : 그 바쁜 와중에 특별히 통화도 하고 만나기도 하셨어요? 그럼 대선 기간에? 본선 기간에 만나기도 하셨냐고요. 2022년 1, 2, 3월에.
● 명태균 : 만났겠죠. 그러면 안철수는 그러면 어떻게 단일화가 됐겠어요?
- 명태균 /뉴스타파와의 2024.10.26 통화 중
명 씨는 또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를 방문한 사실이 없고, 캠프의 다른 인사와 소통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자신이 유일하게 알았던 캠프 인사는 윤석열 후보 뿐이었다고 한다. 대선 당일 캠프 참모들에게 '명태균 보고서'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진 이철규 의원 측과도 일면식이 없다고 했다.
그 캠프 사람이 저를 아무도 몰라요.이 사건 터졌을 때. 저는 캠프에도 간 적도 없어요. 이철규 의원하고 일면식도 없고요. 전화 통화한 적도 없어요. (중략)(명태균 보고서가) 다른 데 가는 거는 제가 한 건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철규 씨가 그렇게 했다면 이철규 씨하고 저하고 통화 카톡 모든 게 저기 다 있을 거예요. 아마 검찰에서 검찰에 가면 다 있어요. 그럼 과연 이철규라는 사람하고 나하고 통화한 기록이 있는지 카톡 내용이 있는지 이번에 조사받으러 가는데 (검찰에) 카톡이 다 있다 하더라고 그거 확인해 보시면 되잖아요. 그런 거 없습니다.
- 명태균 /뉴스타파와의 2024.10.26 통화 중
명 씨의 해명을 요약하면 ① 대선 기간 중에도 윤석열 후보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② 윤석열 후보 외에 다른 캠프 관계자와는 연락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선 당일 윤석열 캠프에 '명태균 보고서'가 존재했다는 것은 증언과 물증에 의해 이미 사실로 확인됐다. 따라서 명 씨의 위와 같은 해명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캠프에 '명태균 보고서'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윤석열 후보 한 명으로 압축된다. 또 '명태균 보고서'와 별개로 만들어진 '텍스트 메모장' 역시 명 씨가 윤석열 후보에게 SNS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명태균 "대선 당시 통화 기록 및 카카오톡 내역 검찰에 있다"
명 씨는 자신이 윤석열 후보의 돈을 받지 않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정작 문제가 되는 건 명 씨가 받지 않은 억대의 여론조사 비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짜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았다면, 불법 정치자금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 기록과 카카오톡 내용 등을 모두 검찰이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① 윤석열 캠프에 ‘명태균 보고서’를 전달한 사람은 누구인지 ② 그리고 대선 전날 명 씨의 ‘메모장 파일’ 을 직접 보고 받은 사람은 누구인지 검찰이 수사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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