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주재자 동의 없이 "파묘요" 유골 분쇄·화장…대법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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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장지를 팔면서 친척 조상 분묘를 발굴해 유골을 적절한 방식으로 화장했더라도 제사주재자의 동의가 없었다면 유골손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19일 분묘발굴유골손괴 혐의로 기소된 A(77)씨와 B(5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8일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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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방식이 유골손괴 해당 여부 쟁점
대법 "화장했어도 유골손괴 해당해"
가문의 장지를 팔면서 친척 조상 분묘를 발굴해 유골을 적절한 방식으로 화장했더라도 제사주재자의 동의가 없었다면 유골손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19일 분묘발굴유골손괴 혐의로 기소된 A(77)씨와 B(5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8일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어머니 A씨와 아들 B씨는 천안시 소재 임야에 있던 C씨의 증조부모·조부모·다른 조모의 분묘를 포크레인 등 중장비로 발굴하고, 장례업체 직원들에게 수습된 유골을 화장해 안치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B씨와 C씨는 사촌지간으로, A씨가 소유하고 있던 땅을 매각하면서 제사주재자에 해당하는 C씨의 동의 없이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의 쟁점은 A씨와 B씨의 행위를 유골 손괴로 보고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1심 법원은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종교적, 관습적 양속에 따른 존숭의 예를 갖추어 화장했기 때문에 유골손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2심 법원은 유골손괴죄는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분묘발굴죄만 인정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씩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유골손괴죄가 성립하려면 사망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풍속으로서 종교적 감정을 침해할 것이 요구된다"며 "적법한 장사의 방법인 화장 절차에 따라 종교적, 관습적 예를 갖춰 납골당에 유골들을 안치함으로써 제사와 공양의 대상으로 제공했다면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유골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자의 유체·유골은 제사 주재자에게 승계되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관리 및 처분은 제사 주재자의 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인용해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제사주재자의 동의 없이 유골의 물리적 형상을 변경하는 등 훼손하는 것은 사자에 대한 경애·추모 등 사회적 풍속으로서의 종교적 감정 또는 종교적 평온을 해치는 손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적법한 장사의 방법인 화장 절차에 따라 유골이 안치됐다는 등의 이유 만으로 손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고예은 온라인 뉴스 기자 jolichio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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