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추모제’ 사회 정세진 “눈물 나시죠… 마음껏 우셔도 괜찮다”
우원식 국회의장 등 순으로 단상 올라…송기춘 특조위원장도 경과보고
“눈물 나시죠, 보라색 머플러 있으니까 참지 마시고 마음껏 우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인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사회를 맡은 정세진 아나운서가 이처럼 말했다. 그는 “2022년 10월29일 그날 밤 잠을 이룬 분이 있었을까”라며 “모든 국민이 그날의 충격,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다소 올라온 듯 울먹인 듯도 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희생자 유가족 120여명과 여야 의원 60여명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보라색 머플러를 목에 걸었다.
정 아나운서는 “유가족과 생존 피해자 여러분은 그 황망과 비통함, 억울함을 안고 2년여를 지내다가 오늘 국회 이 자리에 와주셨다”며 “100여분의 유가족이 오셨는데 위로와 공감의 박수 먼저 보내드리면 어떨까 싶다”고 말해 자리에 있던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등의 동참도 유도했다. 애도의 마음을 담아 묵념을 진행한 후, 정 아나운서는 “이곳은 국회”라며 “국민을 대신하는 기관”이라고 밝혔다. 그리고는 “여러분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곳”이라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모인 이 자리, 국회가 참사 2주기 추모제를 주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참사 1주기 국회 추모제가 열렸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주최였던 터라 ‘국회 주최’의 의미가 더 깊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들렸다. 국회의 사회적 재난 추모제 공식 주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정 아나운서는 “역대 최초로 국회에서 공식 주최하고 주관하는 사회적 재난 참사 추모제”라며 “온 국민의 마음이 전해져서 2주기 추모제를 국회가 직접 주최하고 주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장을 시작으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단상에 올랐다.
우 의장은 인사말에서 “우리에게는 아직 기억해야 할 159명의 이름과 얼굴이 있다”며 “존엄한 그 생을 기억하기 위해 여기 이 자리에 모였다”고 입을 뗐다. 이어 “누구라도 갈 수 있었던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움츠리고 아파하는 수많은 사람을 기억해야 한다”며, “슬픔과 고통을 온몸으로 겪어낸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아울러 “이제 비로소 진상규명이 시작됐고, 국회가 앞에 서겠다”며 “은폐와 왜곡, 지연과 방해 없이 특조위가 책임을 다하도록 국회가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희생자와 생존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말하는 시간으로 나아가겠다면서, “우리 모두의 내일이 안녕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년 전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다”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참담한 마음은 지워지지 않는다”고 되짚었다. ‘참사는 왜 일어났는가’라거나 ‘국가는 왜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는가’ 등 질문을 이어간 그는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부의 무대책과 무능력, 무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 위원회(특조위)’의 제대로 된 운영에 국회가 마음을 모아야 한다면서, 박 원내대표는 “참사의 슬픔 앞에는 정치적 유불리가 있을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고 국가는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아파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그는 남겼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슬픔을 억누르며 지난 2년간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품어온 유가족과 생존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정치인이기 전에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우리의 아들과 딸’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큰 책임을 느낀다고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기억의 힘은 강해서 그 기억이 계속 모인다면 이런 참사로부터 일상을 지켜낼 수 있다”며 “이태원 참사 특조위의 독립적이고 차질 없는 역할 수행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5월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넉 달 후 출범한 특조위의 위원장은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는다. 위원 9명으로 구성된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1년이며 활동 종료 후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송 위원장은 경과보고에서 “특조위는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게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업이 있다”며 “특별법은 정쟁이 아닌 정치적 합의의 산물이고, 위원들은 정파나 정당에서 독립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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