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반전 나선 100대 기업 보니..1위는 '여기'

정인지 기자 2024. 10. 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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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300개 기업 분석..서울시와 우수기업 공동 시상
/사진제공=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인구문제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하 한미연)이 국내 대표 기업들의 가족친화적 인구 경영 수준을 처음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점수 50점대의 낙제 수준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최근 기업들이 근무환경과 연관되는 일·가정 양립 등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지만 출산과 지방소멸 대응책이 미흡한 탓이다.

한미연은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서울클럽에서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제4차 인구2.1 세미나'와 '인구경영 우수기업' 시상식을 개최했다.

우선 세미나 주제 발표에 나선 유혜정 한미연 연구센터장은 제3자 검증이 완료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중 자산규모(1조원 이상)가 큰 300곳을 대상으로 '저출생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의 인구경영 전략'을 분석한 결과 기초평가 평균점수가 55.6점에 그쳤다고 밝혔다.

한미연이 이날 제시한 인구경영 지표는 △출산·양육지원 △일·가정양립지원 △출산친화 기업문화 조성 △지역사회 기여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산식에는 기초평가 지표 17개(각 100점 만점)와 심화평가 지표 41개(각 100점 만점)가 적용됐다.

유 센터장은 "전반적 근무환경과 관련되는 '일·가정양립' 영역의 평균 점수는 75.9점이었지만 출산을 직접 지원하는 '출산양육지원'과 '출산친화 기업문화' 영역은 각각 52점과 53.4점에 불과하다"며 "세부 지표별로도 '남성 임직원 육아휴직 제도 운영(5.2점)'과 '복귀 온보딩 지원제도 운영(9점)'은 10점 미만이었다"고 지적했다.

심화평가 평균 점수는 48.1점으로 기초평가(55.6점)보다도 10점 이상 더 낮았다. 제도는 마련됐지만 직원들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초평가는 제도 도입 여부를 보지만 심화평가는 제도 이용률 등 실질적인 운영 성과를 기반으로 평가된다.

유 센터장은 "3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가족친화적인 인구경영을 하면 근로자 1인당 평균 매출액이 33억3000만원에서 최대 89억8000만원으로 2.7배 증가한다"며 "기업이 일·가정 양립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저출생 극복은 물론 생산성까지 높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한미연은 서울시와 함께 인구경영 우수 기업에 대한 시상식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기는 17개 지표 평가 결과 최고점을 받아 '종합평가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돼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았다. 삼성전기는 출산 전 휴가를 최대 10개월 사용할 수 있고 육아휴직 2년,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 최대 15일을 부여하는 등 법정 기준을 초과해 출산과 육아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정밀화학과 신한카드, KB국민카드, KT&G도 '종합평가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한미연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부모가 함께하는 육아지원 부문(서울시장상)에 콜마홀딩스·한미글로벌·한화생명 △넉넉한 부모시간 지원 부문(보건복지부 장관상)에 한국머크·한국오가논 △든든한 출산지원 부문(여성가족부 장관상)에 매일유업·삼성에스디에스(SDS)·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이 각각 수상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미연은 앞으로 수상기업을 중심으로 추후 'FFMA(가족친화경영 협의체)'를 구성해 인구경영과 관련한 뉴스 및 정책 동향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인구경영을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해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독려했다.

정운찬 한미연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선도적인 사례를 확산시키기 위해 시상식을 진행하게 됐다"며 "기업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오 시장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바로 기업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직장을 선택할 때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가장 중시하는 인재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청년이 끌리는 문화를 기업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부위원장은 "이대로 간다면 2100년에는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감소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 등 민간의 주도적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미연을 설립한 한미글로벌의 김종훈 회장은 "노동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기업에게 가해질 것"이라며 "인구문제는 국가의 존립이 달린 문제이자 시대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저출산 문제를 국가적인 위기로 선언한 만큼 무엇보다 직접 인구문제를 챙기고 주도해야 한다"며 "10대 그룹의 총수, 경제 단체장, 종교계 지도자와 인구 관련 부처 합동회의를 개최하고 월별로 점검하는 인구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도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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