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박정민과 묘해진 순간[인터뷰]

배우 강동원,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강동원이 색다른 매력의 캐릭터로 돌아온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영화 ‘전, 란’(감독 김상만)에서 노비 ‘천영’으로 분해 ‘종려’ 역의 박정민과 묘한 브로맨스를 이어간다.

“박정민의 눈이 완전 ‘멜로 눈깔’이었어요. 그 친구가 엄청 적극적이었죠. 굉장히 뜨겁게 준비해왔는데요, 겉으론 침착하고 시크해보일 수 있지만 실제 내면은 뜨거운 사람이더라고요. 전 차가운 톤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그의 뜨거움을 느끼면서 ‘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하는 거야?’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하하. 시나리오에도 천영과 종려 사이 친구 이상으로 아리송한 느낌이 있었는데, 박정민이 해석한 건 저보다 더 뜨거웠어요. 너무 가려고 하면 감독이 누를 정도였으니까요.”

강동원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전, 란’으로 현란한 검술 액션 구현부터 김상만 감독에 대한 애정, 그리고 배우로서 바람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 ‘전, 란’ 속 강동원(왼쪽)과 박정민.

■“김상만 감독은 천재, 미적 감각이 뛰어나더라고요”

그는 이번 작품에 합류하게 된 건 각본을 쓴 박찬욱 감독의 출연 제안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에 있을 때 박찬욱 감독이 시나리오 하나를 보내겠다며 줌으로 회의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얘기를 나눠봤는데, 김상만 감독이 연출한다고 해서 어떤 분인지 이것저것 물어봤죠. 박 감독이 ‘시나리오보다 영화를 더 잘 찍는 사람이다. 천재다’라고 보증하더라고요. 그래서 합류했는데, 현장에서 본 김상만 감독은 정말 비주얼리스트이면서도 천재성이 번뜩이는 사람이었어요. 시각적으로, 음악적으로 감각이 엄청 좋고 타고난 감독이라고 생각했고요. 하루는 감독에게 깜짝 놀란 일이 있었는데, 미술 소품으로 쓰일 고서 속 한자를 스스로 다 쓰고 있더라고요. 서체마저 훌륭한, 대단한 감독이었어요.”

배우 강동원, 사진제공|넷플릭스

감독의 탁월한 감각 덕분으로 팩션 사극이지만 글로벌 영화 비영어부문 톱10 중 3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사극에 ‘19금’ 작품이라 어느 정도로 반응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보고 반응도 좋아서 기뻤어요. 사극이지만 액션물이라 어느 나라든 접근성이 용이하고 뜯어보면 역사적으로 심오한 얘기가 깔려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한 것 같아요. 앞으로 순위가 더 올라갔으면 하고요. 하하.”

화려한 검술 액션도 이 작품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그는 이번 액션을 위한 노력을 귀띔했다.

“국내엔 검술 전문 액션팀이 없어서 검술 액션 연습을 해야할라치면 늘 힘들었어요. 전작인 ‘군도’ 때도 그랬고요. 다행히 ‘군도’ 때 목검을 휘두르며 어느 정도 기본기를 쌓아놨던 덕분에 이번엔 새로운 액션 디자인을 연구해볼 수 있었는데요. 또 골프도 시작해서 그런지, 전완근 운동이 돼 칼 쥔 손아귀에 힘이 딱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액션 합에 더 치중하려고 노력했어요. 무술 감독과 함께 더 신선한 검술 액션 디자인을 연구하려고 했고, 그런 모두의 노력이 묻어나서 좋은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배우 강동원, 사진제공|넷플릭스

■“여유 많아진 40대, 체력 좋을 때 액션 영화도 더 많이 찍어놓고파”

어느덧 40대 중반에 서 있는 그다.

“좋은 점이 더 많아요. 여유가 생겼거든요. 예전엔 뭔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전전긍긍하고 불안해 했는데 지금은 ‘언젠가는 되겠지, 뭐’하고 넘겨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서 스스로 힘들게 괴롭히는 타입이었는데, 그런 게 많이 없어져서 더 자유로워졌고요. 나쁜 점도 있죠. 몸 회복이 더디다는 거예요. 운동능력이 크게 떨어진 건 아니지만, 과격하게 운동하고 나면 다음 날 일어났을 때 여파가 심하게 오더라고요. 힘들어요.”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탓일까. 배우로서 50대를 맞이하는 계획도 남달랐다.

“배우로선 액션 영화를 많이 찍어놔야겠다 싶어요. 나중엔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거든요. 지금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10년 뒤엔 못할 테니 최대한 많은 작품을 찍고 싶어요. 꾸준히 좋은 캐릭터를 만나고 싶고요. 3년 전 ‘브로커’란 영화를 준비할 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 날이 있었거든요? 그때 ‘나 조금 있으면 액션 영화도 못 찍을 수 있겠네’란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액션물 기획을 3편이나 했는데, 그 중 한 작품이 어쩌면 내년에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주연을 맡고 싶어서 시놉시스를 썼는데요, 기대해주길 바랍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