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2’ 연상호 감독 “김성철에 유아인 흉내내라 할 수 없어” [EN:인터뷰①]

이민지 2024. 10. 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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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이민지 기자]

10월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김성철 분) 의장과 박정자(김신록 분)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김현주 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지옥행 고지와 시연이라는 초자연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며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은 '지옥' 시즌1에 이어 3년만에 돌아왔다.

- 3년만에 '지옥2'가 공개됐다. ▲ 내 나름대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만화 연재를 시작한지가 꽤 된 상태여서 작업을 계속한 느낌이다. 작업을 연달아 하는데도 오랜만에 나오는게 되니까 고민이 생기더라. 이런 방식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정말 열심히 했다.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 '기생수'도 있고, 속편을 기다리는 작품들이 많은데 계속 이런 방식으로 나오나 ▲ 일은 계속하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라는게 나만의 작업이 아니다 보니. 넷플릭스와 의미있는 세계관 확장을 위해 상의를 많이 하고 조만간 의미있는 발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기생수'의 세계관이 좋다보니 넷플릭스에서도 뭔가 하지 않을까. 한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 시즌1에서는 세계관을 던졌다면, 시즌2는 그 위에서 확장된 세계관이다. 현실 세계를 염두에 둔게 있나 ▲ '지옥' 시즌1 세계관 안에서 상상하려고 노력했다. 그 곳에 있는 인물들은 지금의 세상 안에서 상상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실 이야기가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지옥' 시즌2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 닮아있다 생각하며 작업했다. 내가 살면서 느끼는 부분들에 대한 은유가 포함돼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두 가지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했다. 시즌1에서의 화두와 현실 세계의 화두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생각했다. 시즌1과는 다른 방식의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옥'이라는 작품이 이야기의 세계라 생각했다. 시즌1에서 보면 불가사의한 일이 생기고 정진수라는 인물이 그 일에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이야기는 거짓말이다. 거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일종의 창작자의 관점과도 비슷하다 생각했다. 정진수가 바라보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서 사람들을 믿게 하겠다는 의도가 있었고 그게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 했다. 시즌2에서는 이수경(문소리 분)이라는 인물이 부활자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어한다. 그것이 세상을 안정적으로 만든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마무리에서 이수경의 이야기가 먹히지 않는 상황이 와버린다. 이수경 이야기의 실패가 나온다. 그 끝단에는 관객에게 어떤 것을 줄 것인가 고민했다. 시즌1,2를 통틀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걸 믿지 않는 존재가 민혜진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민혜진이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 생각했다. 재현이에게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결국 남은 건 민혜진의 이야기이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관객들은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엔딩이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의 엔딩이라 생각했다. 어떤 이야기를 믿느냐가 인간의 의지이자 자율성이란 측면과 맞닿는거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게 너무 많고 거기에 의미를 덧댄다. 어떤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믿을지 선택한다. 마지막 엔딩이 관객에게 두 가지의 자율성을 던져주는 것 같은, 질문이 됐으면 좋겠다. 그것이 '지옥'이라는 작품의 코어라고 생각했다. 제작발표회 때 '지옥이라는 작품은 시청 시간보다 시청 후 시간이 중요한 작품'이라고 말씀드렸다. 처음 만들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시즌1이 시즌2에 대한 궁금증을 만든 작품이라면 시즌2는 시청 후 시간에 대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촉발되는 것이 '지옥'이라는 작품이 가진 코어가 아닐까 생각하며 만들었다.

- 정진수의 엔딩은 어떻게 그려내려고 했나 ▲ '지옥' 시즌2에서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몇몇의 이야기를 짚어보면 지옥이라는 불가사의한 일에 대한 해답이 조금씩은 존재한다 생각하는데 하나는 임성재 배우가 연기한 천세영이 '신이 지옥을 이 세상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한다. 여기 자체가 지옥이라는 가정이 있다. 정진수는 부활했다고 인식하지만 이 일 자체가 정진수가 경험하는 거대한 지옥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즌1부터 정진수는 공포의 유용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공포 때문에 바르게 살 수 있었다고 하고 엄청난 공포에 짓눌려왔던 인물이고 그게 정체성인 인물이다. 공포에 의해 단죄자 역을 선택한거다. 정진수가 지옥사자가 된 것은 정진수의 선택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 반대에 있는 또 하나의 부활자 박정자는 고지를 처음 받은 순간부터 지킬 수 없는 것을 지키려 하는 인물이다. 박정자는 불가능한 것에 도전한다. 시즌2에서 다녀온 지옥에 대해 박정자는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한다. 시즌2 박정자의 상황은 그리움을 계속 느끼고 그걸 위해 부활자를 선택한다. 박정자가 닿을 수 없고 지킬 수 없는 것에 닿고 지키고 싶어하는데 마지막에 박정자가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닿아버린다. 박정자의 진정한 부활의 순간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오게 된다는 식의 큰 흐름을 가지고 작업했다.

- 정진수는 배우가 바뀌었다. 김성철 캐스팅 후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 상당히 어려웠다. 시즌1에 나왔던 배우분(유아인)이 워낙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줬다. 만화책 속에 정진수가 있지만 대중이 인식하는 정진수는 시리즈의 정진수이다. 시즌1에서 연기한 배우분은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많이 발휘하고 연기했다. 새로운 배우에게 그것을 흉내내라 이야기 하긴 힘들었다. 원작이 있기 때문에 김성철 배우는 원작에서 출발하겠다 이야기 했고 나는 그걸 어떻게 자연스럽게 관객에 전달할까를 생각했다. 샷을 잡을 때도 얼굴을 대놓고 보여주기 보다 실루엣 속에서 시작해서 클로즈업으로 점점 들어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내가 제일 걱정했던 건, 정진수가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김성철이라는 가능성 높은 배우에게 아주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성철 배우는 결과론적인 성공보다 원작에 있는 정진수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더 몰입했다. 뮤지컬 작업을 하면서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더블 캐스팅을 한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내가 느끼는 것만큼 두려움이 있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 관객들에게 각인된 정진수가 있는 상태이다 보니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 내용 자체가 정진수의 시연 장면에서 시작됐다. 그 시연 장면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그 시연 장면을 다시 연기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시즌1에 정진수의 어린 시절이 잠깐 나오는데 어린 친구도 꽤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어린 상태가 아니다. 정진수는 김성철 배우 말고도 아역도 바뀌었다. 시즌2에서 정진수라는 인물의 전사가 좀 나온다. 정진수를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향성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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