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노석준의 메타버스 세상…산타가 코카콜라 마신 이유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미국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상품 중 하나다.
코카콜라의 광고도 자본주의사회의 욕망을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가장 상징적인 콘텐츠로 꼽힌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코카콜라의 포스터 광고를 보면 광고의 이미지, 구성과 기획 등이 공산주의의 프로파간다 포스터와 너무나 유사하다.
심지어 마치 복사라도 한 듯이 똑같은 요소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신 vs 친애하는 지도자 vs 산타클로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완전히 다른 정치·경제 시스템에서 탄생한 각각의 가상물이 도대체 어떠한 요소로 인해 거의 똑같이 구현되는 것일까?
두 경우 모두 가상성을 극대화한 신화적인 방식으로 가상현실의 세계를 만들어 이를 한 장의 종이에 담는 형식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한 장의 종이로 전 세계 사람들을 설득하려 했다. 공산주의자들은 사상과 정치 시스템을, 코카콜라는 제품과 기업 이미지를 대중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따르게 했다.
프로파간다 포스터와 코카콜라 포스터의 공통점
코카콜라는 1886년에 미국의 약사인 존 스티스 펨버턴(John Stith Pem- berton)이 개발했다. 소화제 용도로 개발된 코카콜라 원액을 탄산수와 배합해 음료로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점점 입소문이 났다. 소규모로 판매하기 시작한 코카콜라가 큰 인기를 끌자 이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본격적으로 사업화됐고, 대량생산을 위한 대규모 시설과 유통을 위한 저장 시설까지 갖추게 됐다.
현재 우리가 마시는 코카콜라 한 병은 이렇듯 대규모 생산 시설과 저장 시설, 수많은 직원의 노동, 전략적인 마케팅 등 복잡하고 거대한 공정을 거쳐 탄생한다. 소비자 개인으로 보면 콜라 한 병에 불과하지만, 그 배경에는 거대하고 복잡한 자본주의 상업 시스템이 존재한다. 한명의 약사로부터 발명된 콜라지만 그 뒤엔 코카콜라 컴퍼니(The Coca-Cola Company)라는 거대 제국의 신화적인 기업 스토리가 있다.
코카콜라 회사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소비자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지만, 결국에는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파고들어 하나의 코카콜라 제품을 파는 것이 미션이다. 이 미션을 성공시키려면 소비자에게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프로파간다 포스터가 공산주의의 이상 사회 건설을 위해 가상의 스토리를 한 장의 종이에 탄생시킨 것처럼, 코카콜라의 광고 포스터도 코카콜라 한 병을 마시는 만족감과 행복감을 가상의 스토리로 만들어 포스터 한 장에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이 한장의 종이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소비자들에게 전해져 그들의 스토리에 공감하고 매료돼 제품 구매로까지 이어져야 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공산주의는 사상과 이념을 효과적으로 선동·선전하기 위해 신화적인 방식으로 프로파간다 포스터를 탄생시켰다. 대중의 절대적 지지와 희생을 유도하기 위해 그들의 지도자와 사상가를 신격화하는 것이다. 이런 신화적 메시지 전달 방식은 코카콜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됐다.
공산주의가 프로파간다 포스터에서 신격화한 것이 그들의 지도자라면 코카콜라는 제품 그 자체를 절대적 존재로 만든다.
코카콜라 광고 포스터에서는 가상의 인물인 산타클로스가 모델로 활약하고, 북극곰이 인간처럼 콜라를 마신다. 겨울에 콜라의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었으나, 이 또한 소비자에게는 가상 세계를 통한 신화적 메시지로 전달된다.
코카콜라는 상상 속 인물인 산타클로스와 북극곰까지 즐겨 마시는, 현실 세계의 음료를 넘어 모든 것을 초월하고 아우르는 절대적 세계의 음료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공산주의 포스터와 코카콜라 광고 포스터 둘 다 그들만의 이상적인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내며, 그 안에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물론 공산주의는 그들이 제공하는 시스템 안에서 한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의 행복을 약속하고, 코카콜라 컴퍼니는 코카콜라의 제품을 마시는 순간의 행복을 약속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두 경우 모두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광고 포스터 속의 산타클로스는 빨간 망토에 검정 허리띠를 착용하고 하얀 머리칼과 수염이 난, 누가 봐도 코카콜라와 유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시원한 콜라를 마시며 행복한 표정으로 춤을 춘다. 마치 콜라 한 병으로 행복의 메타버스에 접속한 모습이다.
이처럼 정치 이념과 경제 체제는 물론이고 추구하는 목표도 다른 공산주의 프로파간다 포스터와 자본주의 코카콜라 포스터는 모든 인간의 공통 가치이자 욕망인 '행복'을 매개체로 사람들에게 가상 세계를 제안했다.
행복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모든 시대에 걸쳐 우리 인류가 최고로 여기던 가치이며, 미래 메타버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고도화된 기술과 결합한 미래 메타버스가 우리에게 어떤 놀라운 방식으로 '행복'을 제안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마케팅 차원의 구호가 아닌 진정성 있는 제안이라면 우리는 흔쾌히 메타버스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 미국 컬럼비아대ㆍ오하이오주립대ㆍ뉴욕 파슨스 건축학교 초빙교수 역임 ▲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 현대자동차그룹 서산 모빌리티 도시개발 도시 컨설팅 및 기획
<정리 : 이세영·성도현 기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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