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이 선점한 차세대반도체 기술표준 … 한국은 4년이상 뒤처져[‘고립 위기’ 첨단산업]

이용권 기자 2024. 10. 2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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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차세대 반도체 기술 표준 동맹을 추진해온 미국·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정부의 대응은 4년 이상 뒤처진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해외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고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이미 미국과 일본 주도의 반도체 동맹이 가시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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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립 위기’ 첨단산업 - (1) 반도체 리더십 빨간불
재료·소재·공정 측정 재설정
미·일 주도 기술동맹 가시화
패권 빼앗기면 경쟁력 상실
국가전략자산 외교전 나서야
그래픽 = 전승훈 기자

2021년부터 차세대 반도체 기술 표준 동맹을 추진해온 미국·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정부의 대응은 4년 이상 뒤처진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해외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고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이미 미국과 일본 주도의 반도체 동맹이 가시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는 글로벌 체인으로 연결된 국가 전략 자산인 만큼 정부가 다각도의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경영학회 글로컬 신산업생태계 연구팀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 리더십을 평가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공급망이 강화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고,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세대 반도체 기술표준은 원재료·소재의 원산지부터 제조공정 및 전 공급망 등 산업 밸류체인에 이르는 측정 기준을 재설정하는 것이다. 반도체 원재료·소재의 공급망, 제조공정 및 제조장비, 사용처 규격 등 기존 반도체 기술표준도 바뀐다는 의미다. 이영달 한국경영학회 부회장은 “이는 ‘혁신패권’을 지닌 산업지배자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는 것”이라며 “이것이 미·일 반도체 동맹의 궁극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은 2021년 6월 백악관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표준을 통한 반도체 산업 지배력 강화 전략을 공식화했으며, 일본도 같은 해 ‘반도체 디지털 산업전략검토회의’를 열고 제조 공급 역량 강화 등의 방안을 공식화했다. 양국은 2022년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반도체 동맹을 공식화하고, 2년 후인 2024년 차세대 반도체 및 최첨단 패키징 기술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핵심은 미국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와 일본 최첨단반도체기술센터(LSTC)가 포괄적으로 협력, 미래 반도체 산업의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K-반도체가 최고 매출을 올린 2021년 한국 정부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었지만, 주된 의제는 바이오 특화단지 관련 내용이었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2023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반도체 포럼’ 개최와 한국첨단반도체기술센터(ASCT) 설립에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 냈고, 연말에 센터 설립 타당성 검토연구가 진행됐다. 연구팀은 “관련 입법과 예산 편성 등을 고려할 때 2026년에야 실제적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며 “반도체 정상회담은 1년, 반도체기술센터 설립과 차세대 반도체 기술표준 참여는 4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차세대 반도체 기술표준에서 고립될 경우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 K-반도체의 경쟁력 및 점유율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정상 지위를 유지해 온 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전쟁에선 변방으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 핵심 칩 설계는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가 전 세계 시장의 90%가량을 장악하고, 제조는 대만의 TSMC가 패권을 틀어쥐고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용권·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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