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초고속 성장 이면에 협력업체의 ‘눈물’ 고였나

이석 기자 2024. 10. 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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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매출 ‘1조원 클럽’ 가입한 지 8년 만에 4조원대 육박
대주주 오너 일가는 고배당…일부 협력업체는 ‘낙수 효과’ 못 누려

(시사저널=이석 기자)

"내년에는 매장 1000곳, 매출 1조원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무리한 가맹점 확장은 피하고 직영점 위주로 매장을 늘릴 생각입니다."

2013년 다이소 창업자인 박정부 회장이 900호점 개점을 기념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한 해 늦기는 했지만 다이소는 2015년 숙원이었던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1000원 숍'이라는 사업 모델이 입소문을 타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다이소의 '폭풍 성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9년 매출 2조원을 돌파했고, 3년 후인 2022년에는 매출 3조원 벽마저 넘어섰다. 한 해 평균 성장률은 20%에 육박했다.

10월22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내 다이소 매장에서 고객들이 계산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다이소 한 해 평균 성장률 20% 육박

지난해 다이소의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3조6313억원과 26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5%와 7.6% 증가했다. 지난 9년여 동안 다이소 매장 수는 900개에서 1519개로 68.8%나 늘었다. 특히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주)아성과 중간지주회사 격인 아성에이치엠피(HMP)의 경우 순이익 증가율이 각각 22.3%와 74.4%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나 내년에 매출 4조원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회사 안팎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계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박 회장과 두 딸인 수연·영주씨의 지분 가치 상승은 당연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주)아성은 2021년부터 3년간 80억원을 현금으로 배당했다. 100% 자회사인 아성HMP로부터 매년 50억원을 배당(배당률 1000%)받은 게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박 회장 일가가 (주)아성을 통해 아성HMP와 아성다이소를 거느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배당수익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다이소이 일부 협력업체들의 경우 '낙수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요컨대 다이소의 사업 특성상 그룹이 고속성장을 이어온 데는 협력업체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이소 매장에서 판매하는 저가 제품을 국내외에서 발굴한 뒤 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 협력업체는 '실적 잔치'에서 제외됐다. 익명을 요구한 다이소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회장이 본사의 영업이익 문제를 지적하면 다음 날 모든 협력업체에 10원씩 공급가 인하 압박을 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면서 협력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어렵게 발굴한 제품을 오너 일가 회사에 빼앗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협력업체가 공급한 제품 중에서 판매율이 좋은 제품을 아성HMP를 통해 다시 공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성HMP는 박성부 회장과 두 딸이 사실상 거느리고 있다. 이 회사가 2014년 회사 설립 이후 고속성장과 고배당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이 같은 협력업체의 희생이 있었다는 게 기자가 만난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협력업체들에 클레임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불량 제품을 처리하는 것에 대한 벌금 성격인데, 지금까지 800여 개 공급업체로부터 받은 클레임 처리 비용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만난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클레임 비용을 청구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입금한 돈의 확인서나 영수증 발급도 없었다"면서 "겉으로는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부르짖으면서 실상은 협력업체의 등꼴을 빼먹은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다이소는 2020년 협력업체 갑질 문제로 공정위 철퇴를 맞았다. 2015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113개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은 212만여 개 상품을 부당하게 반품하고, 이 비용 역시 협력업체에 전가한 게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다이소에 대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따른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했다.

다이소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공정위에서 정한 반품 지침에 따라 관련 기준을 보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 단속 이후 4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협력업체를 상대로 한 갑질 주장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다이소 측은 "협력업체의 갑질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15년부터 9년간 다이소는 연평균 16% 성장했다. 협력업체와의 거래금액 역시 다이소와 비슷하게 15% 성장했다"면서 "다이소와 관계사, 협력업체 모두 같이 성장하는 구조이며 관계사 몰아주기를 목적으로 알짜 상품을 가로챘다는 것은 일부 협력업체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위기 때마다 발휘된 '박정부 리더십' 주목

불공정한 클레임 비용 청구 논란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다이소는 그동안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엄격한 검사를 해왔다. 클레임 비용은 불량 상품에 대한 보상제도다"면서 "협력사가 전산을 통해 클레임 비용 전체를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창업자인 박정부 회장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다이소는 지난 30여 년간 고속성장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침을 겪어야 했다.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직후인 2017년에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다이소 매장에서 학용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문구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박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학용품을 묶음 단위로만 판매하고, 신학기 할인행사도 할 수 없도록 사업을 조정하는 등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 2조원을 돌파한 2020년 전후에는 일본 기업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인 노재팬(No Japan) 캠페인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다이소가 일본계 기업 불매 리스트에 오른 것이다. 주력 계열사인 아성다이소의 2대 주주(34.21%)가 일본에서 100엔 숍을 운영하는 대창산업(다이소산교)이었기 때문이다. 다이소 측은 "대창산업에 브랜드 로열티를 지급한 적 없고, 경영 개입 및 인적 교류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의 냉랭한 시선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대창산업 지분 전량을 5000억원에 인수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최근에 일고 있는 협력업체 갑질 논란에 대해선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다이소 매출의 70%는 협력업체를 통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소가 지금처럼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와의 상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박 회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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