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잡으면 30만원…단 조건은 ‘공짜 포획틀’ 써야

태안군 포획틀 임대 시범사업…농작물 피해 줄이려

로마 시내 도로에 나타난 야생 멧돼지 모습. AFP 연합뉴스

충남 태안군이 멧돼지 포획틀을 무상으로 임대하는 시범사업에 나섰다.

태안군은 포획틀을 농민에게 무상 임대하기로 하고 신청자를 모집한다고 29일 밝혔다. 포획틀은 모두 5대로 철재로 제작됐으며 안에 먹이를 놓아 멧돼지를 유인한 뒤 문을 닫아 가두는 구조다.

포획틀 임대 시범사업은 야생멧돼지가 늘면서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는 데 따른 대책이다. 군은 엽사 15명으로 유해조수 포획단 4개팀을 꾸려 해마다 멧돼지 150~200마리를 포획하고 있으나 밭농사를 짓는 소원면, 원북면 등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

포획틀은 태안군에 주소지를 둔 농민 가운데 야생멧돼지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가 우려돼 포획틀로 자체 포획을 희망하는 경우 신청할 수 있다. 기간은 1회당 2개월이며 농가 당 연간 2회(4개월)까지 빌릴 수 있다. 신청 경합이 없으면 연장 대여도 할 계획이다.

군이 포획틀 임대에 나선 것은 몇해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차단을 위해 포획틀을 설치했으나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험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포획틀을 설치한다고 멧돼지가 잡히는 게 아니다. 포획틀 반경 30~40m 주변부터 먹이로 유인하고 수시로 들여다보면서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라고 말했다.

임대를 원하는 농민은 읍·면사무소를 방문해 신청하면 되고 유해조수 포획 허가와 설치·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포획틀에 멧돼지가 잡히면 유해조수 포획단이 출동해 사살하고 군에서 사체를 인계받아 처리한다. 군은 포획틀로 멧돼지를 잡은 농민에게 수당(마리당 30만원)도 지급할 방침이다.

신덕용 태안군 환경산림과장은 “유해 야생동물 마릿수가 늘어 농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포획틀 무상대여 사업을 하게 됐다. 신청자가 많으면 포획틀을 추가로 제작해 임대 농가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안군이 무상임대하는 멧돼지 포획틀. 태안군 제공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