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기술자`와 `다단계 사기범`의 만남…5천억대 다단계 사기(종합)

황병서 2024. 10. 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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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책 등 42명 사기 혐의 송치, 2명은 구속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까지 만들어
피해자 80%, 60대 이상…이 중 70% 여성
“높은 수익률 자랑…신중하게 접근 바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를 만들어 1만 671명에게 5062억원을 뜯어낸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투자금을 예치하면 40일 이내 원금에 20%를 얹어 주겠다고 유인했으나, 이는 돌려막기 형태의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대 피해금액은 92억원에 달했으며 피해자의 80%가 60대, 이 중 70%가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범행은 전직 ‘코인 기술자’와 다단계 사기 전력이 있는 인물이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 등 혐의…투자사기 업체 대표 등 42명 檢 송치

투자자를 속인 사업 설명회 모습(영상=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29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의 광역수사단 브리핑 룸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특정 경제 범죄(사기) 및 유사수신 행위 규제법 위반 혐의로 투자사기 업체 대표이자 50대 남성인 A씨 등 2명을 지난 7월 23일 검찰에 구속 상태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국장 등 40명은 불구속 상태로 지난 23일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2022년 1월 15일부터 2023년 7월 3일까지 피해자 1만 671명에게 투자금 506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금융관계 법령에 의한 등록·신고를 하지 않고 “가장자산을 예치하면 외국 카지노 사업 등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해 40일 약정기간이 지난 뒤 원금 그대로 돌려주고 20% 상당의 이자를 주겠다”고 속였다. A씨는 코인 관련 전산 프로그램을 만들던 기술자였고, 그와 함께 구속된 B씨는 다단계 회사를 운영한 경력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대 피해금액은 92억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80%는 60대 이상이었으며 이 중 70%가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60대 이상이면서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과 관련해 “40일 이내 원금에 이자 20%를 주는 방식으로, 한 사람을 소개해 줄 때마다 투자액의 10%를 주다 보니 연세 있으신 분들이 지인을 데려오는 형태로 (범행이) 이뤄졌다”면서 “특정 카톡방 등이 꾸려져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선 순위 투자금 후 순위 투자자에게…이른바 ‘폰지사기’

투자 사기 구조도(자료=서울경찰청)
A씨는 해외 카지노 사업에 일부 투자했으나 피해자에게 설명한 수익사업 활동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 받은 피해금은 10억 상당의 요트, 명품, 토지 구입 등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과 소개비는 신규 투자자 투자금으로 돌려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금 5062억원 중에서 약 2700억원 정도가 피해자들에게 다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업 초창기인 1년간은 투자금과 원금을 잘 지급하는 등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이 높았다”면서도 “1만 명이 넘어선 중간단계 시점에서 선 순위 투자금을 후 순위 투자자에게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면서 사업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일당은 피해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짜 예치 사이트를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꾸몄다. 투자금이 안전하게 예치되고 약정 이자도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것처럼 보여줬다. 그러나 이 예치 사이트는 단순히 전산 담당이 입력한 숫자만 드러나는 것일 뿐, 투자했던 현금과 가장 자산은 모두 A씨 계좌로 입금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전국 경찰관서에 접수된 사건 490건을 병합해 집중 수사에 나섰다. A씨가 설립·운영한 서울 본사와 전국 지사 및 피의자 주거지 등에 대해 강제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42명을 포함한 프로그램 개발자와 직원 등 관련자 50여 명을 조사했다. 피의자 자택에서 수 천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등을 압수했다. 추가 자금 추적 등을 통해 확인된 전체 101억 상당의 범죄수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경찰은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 등을 이용한 사기 범행이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 자산과 관련한 지식 없이 원금이 보장된다는 말만 듣고 투자하면 위험할 수 있다”면서 “실제 수익금 발생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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