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람들이 별로 없네?"… 조금은 희미해진 '이태원 참사'

유찬우 기자 2024. 10. 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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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거긴가 봐 그런데 사람이 별로 없네?""한국인은 뭐든 너무 빨리 잊는 것 같아요."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있는 해밀톤호텔 옆 내리막 골목에서는 차마 떠올리기 힘든 참사가 있었다.

한 시민 일행은 "여기가 그 골목인가 보다. 근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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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은 골목엔 사람이 없다. 사진은 길을 가던 일행이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유찬우 기자
"여기가 거긴가 봐… 그런데 사람이 별로 없네?"
"한국인은 뭐든 너무 빨리 잊는 것 같아요."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있는 해밀톤호텔 옆 내리막 골목에서는 차마 떠올리기 힘든 참사가 있었다. 대부분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모여든 젊은 세대들이 희생됐다.

수많은 인파로 좁은 골목엔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앞쪽 인파가 서로 꼬여 넘어졌으나 뒤쪽은 이를 알지 못해 계속 전진했다. 넘어진 사람들 위로 계속 행인들이 쌓였다. 그렇게 연쇄 깔림 사고가 발생해 159명이 사망하고 195명이 다쳤다.

정확히 2년이 경과한 현재 그 골목은 어떤 분위기일까.

29일 오전 8시50분쯤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는 적막감만 맴돌았다. 참사 2주기를 기리 듯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했고 가을비가 간간히 내렸다. 골목 한쪽에는 추모를 위해 이 곳을 방문한 스님들만이 자리를 지켰다.

가끔 역 1번 출구를 나와 골목을 지나치는 시민들은 눈길만 살짝 주고 제 갈 길을 갔다. 한 시민 일행은 "여기가 그 골목인가 보다. 근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동춘씨(32)는 추모를 위해 부산에서 KTX 첫 차를 타고 올라왔다. 사진은 희생자 명단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 /사진=유찬우 기자
오전 9시42분 울산에 거주하는 김동춘씨(32)는 국화를 들고 골목으로 들어섰다. 김씨는 추모 공간에 꽃을 다소곳이 놓은 뒤 한동안 눈을 감고 묵념했다.

김씨는 '오늘 추모를 한 이유가 따로 있냐'는 질문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아… 잠시만요"라며 1분 정도 흐느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감정을 추스른 김씨는 "몰랐는데 막상 추모하러 오니까 감정에 복받쳐서 눈물이 났다"며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누군가 당시 얘기를 꺼내니까 감정이 확 올라온다"고 운을 뗐다.

이어 "2년 전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일하던 걸 그만두고 곧바로 튀어왔다"며 "부산에서 KTX 첫차를 타고 도착했는데 그땐 이미 윤석열 대통령도 오고 바리케이드도 처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사 다음날엔 기자 수십명이 모여들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며 "오늘도 취재진이 아무도 없을 줄 알았다"고 밝혔다. 또 "사건 하나 터지면 사람들이 금방 달려든다"면서도 "하지만 너무 빨리 잊혀진다. 이 사회가 그렇다"고 씁쓸함을 전했다.

이태원 클럽 디퍼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권일환씨(28)는 "이태원 상권에서 참사 당시를 떠올리는 사람은 이제 없는 것 같다"며 "매출이 줄어든 가게 사장만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핼러윈을 즐기러 온 시민들은 참사 1주년 때보다 조금 늘긴 했다"면서도 "사람 수가 늘어나는 만큼 그때의 기억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오전 10시30분쯤엔 좀 더 많은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굵어지는 빗방울로 금방 사라졌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국화에도 쓸쓸한 가을비가 내려앉았다.
골목에 마련된 추모 공간엔 차가운 가을비가 내렸다. /사진=유찬우 기자


유찬우 기자 threeyu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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