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위험한 가족여행을 하다니”…아이까지 데리고 필리핀서 마약 밀반입한 일당

필로폰 6.6㎏ 등 들여와
30만명 동시 투약 분량
경찰, 유통책 등 4명 구속

가족 여행으로 위장해 필리핀에서 마약을 들여온 일당이 해외 총책의 지시를 받아 국내에서 마약을 유통한 방법을 그린 체계도. [서울강남경찰서]

필리핀에서 아이를 데리고 가족 여행을 다녀오는 척하며 마약류를 배낭에 숨겨 들어온 30대 남성과 유통·운반책 등이 적발됐다.

서울강남경찰서는 필리핀에서 다량의 필로폰·케타민 등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하고 유통·운반한 조직원 총 4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향정) 혐의로 검거하고 모두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한 강남의 유흥업소 접객원 L씨(23세·여)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검거된 조직원들은 가족 여행으로 위장해 필리핀서 마약을 들여왔다. 검거된 A씨를 포함해 4명의 밀반입·유통책은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통해 모집돼 서로가 단절된 채 텔레그램 운영자인 총책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한 A씨(33세·남) 등 4명은 불상의 총책 지시를 받아 마약류 △밀반입 △유통 △운반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 후 경기도·충청도·경상도에 각 은신처를 마련하고 전국에 마약류를 유통했다.

밀반입책 A씨가 처·자녀들과 가족여행을 가장해 필리핀으로 출국한 후 현지에서 마약류가 담긴 배낭을 전달받아 국내로 들어오면 B씨(45세·여) 등 유통책은 이를 1ｇ씩 소분해 개별 포장해 유통했다. 이를 운반책(일명 드랍퍼) K씨(21세·남)가 서울·경기·충청 등 주택가 등지에 ‘던지기 수법’으로 은닉하는 방법으로 판매했다. 경찰은 서울 성동구 일대에서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했던 마약류를 최초로 회수하기도 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필로폰 6.643㎏·케타민 803ｇ 등 30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대량의 마약(총 35억원 상당)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4차례 밀반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중 시중에 유통하지 못한 필로폰 3.18㎏과 케타민 803ｇ을 압수했다. 압수한 마약은 약 18억원 상당의 14만여명이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또 경찰은 71개소의 필로폰 은닉 장소 정보를 확보해 집중 수색한 결과, 총 58개소에서 58ｇ(1ｇ씩 58개)의 필로폰을 회수했다.

경찰은 검거되지 않은 상선과 운반책, 매수·투약자들을 계속 검거하는 한편, 범죄수익금의 향방을 추적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김동수 서울강남경찰서장은 “가족여행을 가장하여 해외로 나가 마약류를 들여오고 국내에 유통한 것을 직접 확인한 사례”라며 “국민의 평온한 삶을 파괴하는 마약류 범죄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로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