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식까지 데리고 간 필리핀 가족여행, ‘30만명분’ 마약 밀수 루트였다

전현진 기자 2024. 10. 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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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연 테이프로 감춘 마약이 소화전 내부에 숨겨져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아내와 자녀를 동반한 해외 가족여행으로 위장해 필로폰 등 마약류를 국내로 밀수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8일 필리핀에서 마약류를 구입해 국내로 들여온 A씨(33)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해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또 A씨가 밀수한 마약을 유통한 B씨(45), 판매·운반책 C씨(21)·D씨(29)를 지난달 같은 혐의로 붙잡아 구속하고, 이들로부터 필로폰을 사서 투약한 강남의 유흥업소 종업원 E씨(23)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총책의 지시를 받아 마약류를 밀반입하고 유통·운반하는 등 역할을 맡아 전국에 판매했다.

특히 A씨는 아내·자녀들과 가족여행을 가장해 필리핀으로 출국한 다음 현지에서 마약류가 담긴 배낭을 전달받아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으로 밀수했다. B씨 등은 이를 1g 단위로 잘게 나눠 포장한 뒤 운반책 C씨에게 넘겼다. C씨는 주택가의 소화전, 콘센트, 상수도관, 배전반, 가스보일러 등에 보이지 않게 소분한 마약을 숨겨놓았다. 총책은 텔레그램으로 대금을 지불한 구매자에게 마약을 숨겨둔 장소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했다.

A씨 등은 ‘고액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총책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채널에 들어가 밀수·유통을 지시받아 각자의 임무를 수행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필로폰 6.643㎏, 케타민 803g 등 시가 20억원 상당의 마약류가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네 차례 밀반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약 30만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양이고 이 중 시중에 유통하지 못한 필로폰 3.18㎏과 케타민 803g을 압수했다”며 “검거되지 않은 총책 등 일당과 범죄수익금의 향방을 추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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