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정치성향 따라 편중 지원? 심사 과정 들여다보니

장슬기 기자 2024. 10. 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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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국정감사] '단체지원사업 심사위원' 5명 중 외부 3명 재단 내부 2명
언론재단 측 심사위원 "기자상 수상에 정부 비판 기사 많은데" 정치적 발언
보수단체 가짜뉴스 시상식 지원엔 "정부 가짜뉴스 대응 강조" 코드 맞추기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오늘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효재, 언론재단)이 정치 성향에 따라 지원 예산을 차별했다는 비판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지난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재단이 단체지원사업에서 미디어연대, 자유언론연합 등 보수단체에는 지원금액을 늘리고 지난해까지 지원을 받던 바른지역언론연대, 청암송건호기념사업회, 언론인권센터 등 일부 단체는 올해 아예 지원금을 주지 않은 사실을 거론했다.

민 의원이 “정치 성향에 따라 지원이 편중되는 게 온당하냐”고 지적하자 김효재 언론재단 이사장은 “심사위원은 풀(pool)이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절 심사위원이 다르듯 지금의 심사위원도 다르다”고 답했다. 심사위원을 풀에서 선정한다는 것은 공정하게 선정한다는 취지지만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심사위원이 달라진다는 답도 동시에 내놓은 것이다.

언론재단이 심사위원을 어떻게, 누구를 선정했고, 어떤 과정으로 지원받을 단체를 선정했는지 살펴봤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언론재단에서 심사위원 선정을 위한 별도의 심사과정은 없었고 심사위원 선정은 언론재단 내부에서 진행됐다. 언론재단은 내부 지침(공모사업 심사위원회 운영지침, 이하 운영지침)에 따라 언론재단 기획예산총괄팀이 심사위원풀에서 3배수 이상을 무작위로 추천해 언론재단 미디어지원팀에서 추천순위에 따라 참석가능자 순으로 섭외하고 있었다.

김 이사장이 밝힌 '심사위원 풀'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 심사위원 풀의 경우 운영지침 제4조(전문가 자격)의 자격을 갖춘 전문가 리스트를 각 사업담당 부서로부터 받아 구성한다. 언론재단에 따르면 단체지원사업 등 저널리즘 관련 심사위원 풀은 86명이었다.

운영지침에 따르면 심사위원회는 5~7인으로 꾸리는데 외부전문가가 과반이 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 4년치(2021~2024년) 심사위 현황을 보면, 모두 5명으로 심사위를 꾸렸는데 이중 외부인이 3명이었고, 언론재단 관계자가 2명씩 포함됐다. 언론재단 측은 해당 공모사업에 대해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언론재단 내부인도 심사위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공모사업 선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지난해 6월23일 '2023년 단체지원 2차 심사회의' 회의록을 보면 외부 심사위원 A씨가 “행사 쪽에서 시상식이 4건 보인다. 1건은 탈락하고, 3건만 됐는데 1건만 탈락한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물었다. 당시 '시상식'으로 사업을 신청한 곳은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자유언론국민연합 '가짜뉴스 근절 범국민캠페인 2023 가짜뉴스 시상식', 한국전문신문협회의 '인공지능 활용과 전문신문 발행 세미나 및 정부포상 시상식', 방송기자연합회의 '이달의 방송기자상 시상식' 등 4건이었는데 탈락한 곳은 방송기자연합회였다.

언론재단 관계자 B씨가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은 전 기자를 대상으로 하는 권위적인 상이며 신문기자만 주는 상이 아니다”라며 “(탈락한 방송기자연합회처럼) 방송 분야를 따로 해서 기자상을 주는 시상식 지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외부 심사위원 C씨가 “다른 시상식을 보면 공동 주최 형식으로 상을 주고 있는데 재단에서 기자상을 지원해주는데 재단이 주최가 아니라 후원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아쉽다”고 하자 또 다른 언론재단 관계자 D씨가 “예전에는 이달의 기자상이나 한국기자상을 재단이 공동주최로 개최했었지만 언론보도에 대해 주는 상을 공공기관인 재단이 공동주최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후원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언론재단 관계자 B씨가 “언론재단은 뒤에서 지원하는 단체지, 앞에서 나서는 것이 조금 부담이 있다”며 “기자상의 경우 수상작 중 정부 비판하는 기사인 경우가 많은데 재단이 주최로 나서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언론재단 관계자가 사업의 이해도가 높아 참석했다고 답했지만 실제 정치 성향과 관련한 발언을 한 것이다. 해당 발언에 대해 외부 심사위원 C씨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가 제일 이상적인 지원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방송기자연합회의 기자상 시상식이 제외됐고, 선정된 3건 중에는 자유언론국민연합의 가짜뉴스 관련 시상식이 포함됐다. 이날 회의에서 언론재단 측은 1차 심사결과 상위 20개 사업을 심사위원들에게 배포했다. 외부 심사위원 C씨는 “20위 내 단체 중 자유언론국민연합에서 신청한 가짜뉴스 근절 범국민캠페인과 시상식의 경우 계획서를 보면 내용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며 “가짜뉴스 근절 범국민 캠페인의 경우 재단에서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지적했다. 외부 심사위원 A씨도 “가짜뉴스 관련 논의가 최근 정파적 단체에서 자의적으로 주장되는 경우가 있다”며 “재단에서 신청 단체가 정파성을 띄지 않는지 검증해보고 가짜뉴스 시상식도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안내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보수단체의 가짜뉴스 관련 행사에 대해 외부 심사위원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지만 언론재단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도 가짜뉴스 대응을 강조해서 의미가 있다고 발언했다. 사진=pixabay

자유언론국민연합은 가짜뉴스 근절 관련 캠페인과 시상식 2가지 사업을 지원했는데 이중 시상식만 선정됐다. 언론재단 관계자 B씨는 “캠페인과 시상식을 모두 지원하는 것은 예산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만 재단이 이러한 행사를 지원함으로써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현 정부에서도 가짜뉴스 대응에 강조하는 터라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주요 행사에서 수차례 가짜뉴스에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언론재단에 3000만 원을 받아 진행한 가짜뉴스 시상식에서 뽑는 '최악의 가짜뉴스 유포자(사람이나 매체)'는 1위가 MBC, 2위 김어준, 3위 김의겸, 4위 뉴스타파, 5위 이재명 등으로 나타났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은 지난 2020년 6월 출범한 단체로 창립행사에서 이상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은 '좌파 언론의 위선', 최영재 더자유일보 대표는 '한국언론 좌경화의 근원'을 주제로 각각 발제를 진행했으며 창립식에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박성중·김기현·윤창현 의원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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