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고비넘긴 ‘안동용계리 은행나무’ 구출 30주년 행사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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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물에 잠길 위기에 있던 노거수를 이식해 자연유산 보존의 대표사례가 된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의 상식 30주년을 맞아 다음 달 5일 용계리 은행나무 앞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상식 3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이번 기념행사에서는 당시 상식 작업을 담당한 ㈜대지개발과 현재 은행나무를 보존·관리하는 용계리 마을 이장 등 자연유산 보존에 공로가 큰 유공자를 표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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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동)=김성권 기자] 국가유산청은 물에 잠길 위기에 있던 노거수를 이식해 자연유산 보존의 대표사례가 된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의 상식 30주년을 맞아 다음 달 5일 용계리 은행나무 앞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상식(上植)이란, 나무를 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흙을 북돋아 올려 심는 것을 말한다.
196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는 나무높이 31m, 가슴높이 줄기둘레 14m로 우리나라 은행나무 중 수령이 오래되고 규모가 크다.
마을 주민이 오랜 기간 행계(杏契·은행나무 보호와 친목 도모를 위해 만든 모임)를 만들고 해마다 제사를 지내며 보호해 온 나무로 높은 학술적·민속적 가치를 지녔다.
하지만 700년 전에 뿌리 내리고 마을 당산나무로 살던 이 나무에 위기가 찾아온 건 1987년이었다. 임하댐 건설 계획에 따라 수몰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사람은 물론이고 나무도 물을 피해 오랫동안 살아온 보금자리를 떠나야 했다. 그러나 나무는 옮겨갈 수 없었다.
떠나는 사람들은 긴 세월 동안 자신들 살림살이의 안녕을 지켜온 당산나무가 그대로 물속에 갇혀 죽는 걸 지켜보기만 할 수 없었다. 공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에 “나무를 살려달라”고 간청했다. 공사 측에서도 규모나 생김새에서 모두 나라 안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이 나무를 물속에 잠기게 할 수 없었다.
숙고 끝에 한국수자원공사는 나무를 살리기로 결정했다. 공사는 나무 이식의 노하우가 쌓인 조경회사인 대지개발의 기술을 이용하기로 했고, 엄청난 규모로 소요될 비용은 국가 예산을 배정받았다.
공사 방식도 놀라웠다.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이식(移植)’이 아니라, 나무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수몰을 피할 높이까지 수직으로 들어올리는 ‘상식(上植)’이었다. 나무가 있는 자리에 15m 높이의 인공 산을 쌓고 그 위로 나무를 들어올리는 특별한 방식이다. 우리나라 최초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방식이다.
공사는 1990년부터 4년의 긴 시간이 걸렸으며, 23억원이란 거액이 투입됐다. 이 나무가 기네스북에 오른 건 이 정도로 큰 나무가 15m라는 높이로 들어올린 ‘상식’ 방식으로 옮겨진 세계 최대의 나무라는 사실이었다.
이로 인해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나무 이식 사례로 기네스북에 기록됐으며, 자연유산을 수많은 논의 끝에 온전하게 지켜낸 자연유산 보존의 상징으로 남게 됐다.
상식 3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이번 기념행사에서는 당시 상식 작업을 담당한 ㈜대지개발과 현재 은행나무를 보존·관리하는 용계리 마을 이장 등 자연유산 보존에 공로가 큰 유공자를 표창한다.
또 전국 각지의 자연유산 보존·관리에 앞장서고 있는 ‘당산나무 할아버지’ 위촉식을 함께 진행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자연유산 보존의 적극행정 사례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행사는 용계 은행나무의 안녕을 기원하는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의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시작으로 ‘은행나무 상식 과정과 의미’ 영상 상영, 경과보고, 당산나무 할아버지 위촉식, 기념사·축사 및 유공자 표창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자연유산이 갖는 가치와 이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자연유산 보존과 활용의 새로운 기회를 발굴·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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