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위장해 필리핀서 마약 30만명분 들여와 국내 유통한 일당 구속

서울 강남경찰서/뉴스1

해외에서 마약을 대량으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한 일당 4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여행을 가장한 채 필리핀으로 가서 마약을 밀반입한 뒤, 이를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필리핀에서 필로폰, 케타민 등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한 A(33)씨와 이를 국내에 유통한 B(45)씨 등 2명, 판매 운반책 C(21)씨까지 총 4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검거해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한 강남의 유흥업소 접객원 D(23)씨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필로폰 6.643㎏, 케타민 803g 등 30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35억원 상당의 마약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6월 중순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4차례 밀반입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중에서 미처 시중에 유통하지 못한 필로폰 3.18㎏과 케타민 803g을 압수했다.

압수한 마약은 약 18억원 상당으로, 14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또한 71곳의 필로폰 은닉 장소 정보를 확보해 58개소에서 58g의 필로폰을 회수했다. 경찰은 D씨가 성동구 모 오피스텔 스위치함에서 마약류를 꺼내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이후 마약 유통 과정을 역추적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필리핀에서 총책에게 마약류를 전달받은 후 등 부위를 절개한 배낭에 마약류를 얇게 펴서 소지하고, 배낭 안에는 과일칩을 채워 넣어 필리핀 공항에서의 엑스레이 검사를 피했다고 한다. A씨는 이 방식으로 3개월간 배낭 6개를 한국으로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밀반입한 마약을 1g씩 소분해 경북 경주시 야산에 묻어두었다. 경찰이 야산에서 마약을 파냈을 당시 마약 봉지들에는 이 마약들이 배달될 전국의 지역명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B씨 등은 이 마약을 수거해 수원시 팔달구의 모 공원에 묻었고, 이후 C씨가 전국구로 마약을 배달했다. C씨가 마약류를 1g씩 던져놓고 좌표를 찍어서 총책에게 전달하면 총책은 입금액을 확인한 후 구매자에게 사진과 좌표를 보내줬다고 한다.

한편 A씨는 경찰에 “가족은 범죄 행위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이 A씨를 자택에서 검거할 당시 A씨의 자택에는 중계기 2대와 휴대전화 수십대가 비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A씨의 가족들도 전기통신사업법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중이다.

이번에 구속된 4명의 피의자들은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통해 모집돼 서로를 모르는 상황에서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자인 총책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각자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상선과 운반책, 매수자, 투약자들을 계속 검거하고, 범죄 수익금의 향방을 추적하는 데 수사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