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하얗게 변한 제주 바다…황량한 사막처럼 황폐화
[KBS 제주] [앵커]
청정 제주 바다가 황량한 사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해조류가 사라진 자리는 하얗고 딱딱한 경산호로 뒤덮이고, 해녀들의 마을 어장은 아열대성의 백색 말미잘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현장 K 문준영 기자입니다.
[앵커]
천혜의 수중 비경을 품고 있는 천연보호구역 범섬입니다.
해조류가 가득했던 이곳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범섬 바로 앞 바다인데요.
물 밖에서 보일 정도로 곳곳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형형색색 연산호와 해조류가 가득했던 바다숲은 온데간데없어졌습니다.
대신 하얀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원래 회색빛을 띠었던 아열대성 경산호가 하얗게 변해버린 겁니다.
공생조류가 빠져나가 탄산칼슘으로 이뤄진 딱딱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습니다.
과거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영상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최완중/스쿠버다이빙 강사 : "매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작년 11월부터 전혀 감태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고 올해도 모니터링하는데 감태도 해조류도 하나도 안 보이기 시작했고."]
수중 생태계도 바뀌었습니다.
제주의 명물, 짙은 갈색의 터줏대감 자리돔 대신 열대성 어류 파랑돔이 가득합니다.
인근의 또 다른 바닷가
육상으로부터 200m가량 떨어진 마을 어장 바닷속이 마치 눈에 덮인 것처럼 하얗게 변해있습니다.
아열대성 큰산호말미잘과 호리병말미잘입니다.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빼곡합니다.
[장순자/남원읍 신흥1리 해녀 회장 : "말미잘이 또 하얀 것들이 하얀 거 또렷또렷하게 버섯같이 많이 생기고 바다가 볼 게 없어요. 물이 너무 더우니까."]
하얀색 말미잘의 습격으로 붉은색, 푸른색 해조류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지난여름 제주 바다를 덮친 기록적인 고수온과 양식장 배출수의 유기물 등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양현성/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 박사 : "수온 상승으로 인해서 서식 범위가 좀 더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아열대성 생물들이 서식지를 확장함에 따라 기존에 온대에 서식하던 해조류들은 둘 사이의 공간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해양 생태계의 보고이자 천혜의 어장 제주 바다가 황량한 민둥 바다로 변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아람
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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