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 안구정화 확실한 순도 100% 첫사랑 로맨스 [시네마 프리뷰]
홍경·노윤서·김민주 주연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청설'은 동명의 대만 영화를 원작으로 했다. 2010년 나온 대만 영화 '청설'은 '말할 수 없는 비밀'(2008)과 더불어 2000년대 대만 로맨스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청각 장애와 수어라는 설정을 로맨스에 활용해 말랑말랑한 감성을 끌어올린 이 영화는 정식 개봉 전에도 온라인상에서 은은한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다.
영화 '하루'(2017)의 조선호 감독이 연출한 한국판 '청설'은 감성적인 대만판의 장점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한국적인 색감과 정서를 반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리메이크작이다. 특히 한국판의 가장 큰 장점은 순도 높은 진솔함과 풋풋함으로 무장된 캐릭터들인데, 이는 감독이 설정한 방향성과 더불어 배우들이 가진 특유의 이미지와 탁월한 해석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
영화는 아직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하는 20대 백수 용준(홍경 분)이 부모의 도시락집에서 배달 일을 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용준은 수영장에 배달을 갔다가 수영 선수인 동생 가을(김민주 분)의 기록을 재는 언니 여름(노윤서 분)을 보고 한 눈에 반한다. 그는 가을과 여름이 수어로 대화하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이 청각장애인이라 생각하게 된다. 마침 용준은 대학 시절 수어를 배웠기에 여름, 가을과 소통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
'직진남'인 용준은 우연히 바이크가 고장 나 난감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 여름을 도와주고, 그 뒤로 여름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친구가 된다. K-장녀인 여름은 국가대표 수영 선수를 꿈꾸는 동생을 뒷바라지하느라 쉴 틈 없이 바쁘다. 아르바이트해서 생활비를 벌고, 동생을 수영장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올 뿐 아니라 대회 일정들까지 체크해 수첩을 빼곡하게 채워 넣는다.
적극적인 용준과 조금씩 친밀해진 여름은 그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하지만 동생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밝히는 그는 용준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동생에게 죄책감을 갖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홍경이 연기한 용준이다. 그는 첫눈에 반한 여름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만큼 순수할 뿐 아니라 거절을 당한 뒤에도 청각장애를 가진 여름을 이해해 보기 위해 마음을 쓰는 사려 깊은 인물이다. 홍경은 이 같은 용준의 캐릭터를 깊이있는 눈빛과 표정으로 표현해 보이며 대만판 '청설'의 주인공 펑위옌과는 전혀 다른 인물을 완성해 냈다. 한국 로맨스 영화의 남자 주인공에게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순도 높은 순수함을 구현한 홍경의 표현력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노윤서와 김민주가 각각 표현한 여름과 가을의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여름은 청각장애를 가진 동생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인물이다. 청각장애인으로 오해를 받을 만큼 동화돼 버린, 원작에서부터 이어져 온 여름의 설정이 흥미로운데 노윤서는 이를 감독의 의도대로 K-장녀의 책임감과 부담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이번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민주도 의외의 발견이다. 아직은 아이돌 이미지가 강한 그는 독립적이고 내면이 단단한 수영선수 가을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주인공이 하는 대부분의 소통이 수어로 진행되는 만큼, '청설'은 무성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인물들의 눈빛과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읽는 재미가 있다. 풋풋하고 청초한 청춘들의 아름다운 한때를 보는 즐거움도 크다.
다만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다소 작위적인 설정들이 옥에 티처럼 느껴지며 육성 대사가 부재한 틈을 메우기 위해 시종일관 오디오를 채우는 음악이 조금 과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가 지닌 티 없이 순수한 감성은 안구이든, 마음이든 보고 있는 사람의 무엇인가를 '정화해 준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러닝 타임 109분. 오는 11월 6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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