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대통령님” 경찰청장 축사에 비난만…흔들리는 경찰, 무슨 일?

노기섭 기자 2024. 10. 2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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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주년 경찰의 날이었던 지난 21일 공개된 조지호 경찰청장의 축사를 둘러싸고 경찰 안팎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강대일 전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도 "현장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동료와 선후배는 없고 오로지 '대통령만 존경'을 외치는 해바라기 같은 경찰청장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절망 아닌 절망감이 느껴진다"며 "경찰 조직과 국민을 위한 수장이 아닌,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을 존경하는 맹목적 정권에 충성하는 이런 사람이 경찰 조직의 수장으로 근무하고 있는것 자체가 서글픈 현실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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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제79주년 경찰의 날이었던 지난 21일 공개된 조지호 경찰청장의 축사를 둘러싸고 경찰 안팎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조 청장이 경찰 조직원들을 격려하고 어려움을 위로하기 보다, 임명권자만 의식하는 듯한 발언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 청장이 향후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는 내부 조직원들의 신망을 얻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경찰청장인 조 청장은 지난 8월 12일 취임했다.

29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등에 따르면, 조 청장의 경찰의 날 축사는 ‘경찰을 아끼고 사랑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 ‘존경하는 대통령님과 귀빈 여러분’ 으로 시작됐다.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대통령 앞에서 경찰의 할 일과 각오만 늘어놓고, 현장 경찰관의 어려움이나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경찰 내부망에는 조 청장의 축사를 비난하는 댓글만 수백개가 넘게 올라왔다.

수도권의 일선 경찰 간부는 “조 청장은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히는 데 역으로 말하면 현장 치안에 대해서는 경험이 많지 않다는 의미”라며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불만과 비판을 잘 추슬러 가야 하는데 현재까지의 모습으로 보면 본인의 생각대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생각이 읽힌다.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강대일 전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도 “현장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동료와 선후배는 없고 오로지 ‘대통령만 존경’을 외치는 해바라기 같은 경찰청장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절망 아닌 절망감이 느껴진다”며 “경찰 조직과 국민을 위한 수장이 아닌,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을 존경하는 맹목적 정권에 충성하는 이런 사람이 경찰 조직의 수장으로 근무하고 있는것 자체가 서글픈 현실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축하와 격려 분위기로 활기를 띄어야 할 경찰의 날 오후엔 현장 경찰관 9명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단체 삭발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8월 경남 하동에서 지적장애 여성이 순찰차 뒷좌석에 갇힌 채 숨진 일을 계기로 관리·감독이 강화됐는데, “GPS까지 동원해 일선 경찰을 감시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당시 삭발에 참여한 경찰관들은 “경찰 순찰차에 탑승했던 하동의 장애인 사망사건도 현장 경찰관의 잘못으로만 돌려, 애꿎은 직원들만 징계와 인사 조처 등의 줄초상을 당했다”며 여과없이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소속 한 경찰관이 지난 7일 “조지호 경찰청장을 탄핵해달라”며 올린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5만4610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돼 심사 대상이 된 상태다. 여러 비판과 반발에도 조 청장은 자신의 원칙과 소신대로 대응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경북 청송 출신인 조 청장은 경찰대 6기로 1990년 경위로 임용됐다. 서울 서초경찰서장, 경찰청 기획조정담당관,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 경찰청 차장, 서울청장 등을 지냈다. 그는 경무관 시절인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돼 인사 검증 업무를 맡았다. 파견 후 반 년 만에 두 직급을 승진해 경찰청 차장에 오른 데 이어, 제24대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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