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또 부상, 그리고 서스펜디드 불운까지…‘졌잘싸’ 삼성, 박진만 감독 “우릴 하위권 평가, 악착같이 했다”
[스포티비뉴스=광주, 최민우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졌지만 잘 싸웠다.
삼성은 올 시즌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정규시즌을 2위(78승 2무 64패)로 마쳤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신구 조화 속에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특히 에이스 원태인을 제외하면 물음표가 가득했던 선발진이 안정감을 자랑했고, 타선도 타자 친화구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의 이점을 살려 홈런군단으로 거듭났다.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지만, 삼성은 정상에 서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전부터 외국인 1선발 투수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백정현과 최지광, 오승환 등 마운드 핵심 멤버도 부상과 부진의 이유로 경기에 뛸 수 없었다. 그리고 타선을 이끌어온 구자욱 마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무릎 부상으로 쓰러졌다. 완전체 전력을 꾸리지 못한 탓에, KIA와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했다.
더구나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불운이 삼성을 덮쳤다. 삼성은 김헌곤의 선제 솔로 홈런으로 KIA에 6회초 1-0 리드를 잡았다. 상대 선발 투수 제임스 네일 공략에 애를 먹었던 삼성은 김헌곤의 홈런으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르윈 디아즈가 네일에게 볼넷을 얻어 출루했고, 강민호도 바뀐 투수 장현식에게 볼넷을 얻어 무사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우천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고,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이미 경기 시작 전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고, 늦은 저녁에는 더 많은 강수량이 예상됐다. 하지만 KBO는 경기 개시를 감행했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면서 삼성의 상승세가 끊겼다. 이튿날에도 그라운드 사정으로 경기가 열리지 못했고, 사실상 2박3일로 치러진 1차전에서 1-5로 패하면서 기선을 제압당했다. 2차전 역시 3-8로 패해 광주 원정에서 2패를 떠안았다.
대구에서 열린 3차전에서는 데니 레예스의 7이닝 5피안타 1사사구 7탈삼진 1실점 호투를 앞세워 삼성은 KIA에 4-2로 승리했다. 타선에서는 김헌곤과 박병호, 김영웅, 이성규 등이 홈런을 때려내며 KIA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4차전에서 삼성은 원태인이 부상을 당하며 힘 써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어깨 통증을 호소한 원태인은 2⅓이닝 6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정밀 검진 결과 원태인은 어깨 관절 와순 손상 소견을 받았다. 최대 6주간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후 등판한 송은범이 김태군에게 만루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KIA에 승기를 뺏긴 삼성은 2-9로 패했다.
그리고 1패를 더하게 되면 KIA에 왕좌를 내줄 위기에 나선 5차전. 삼성은 디아즈가 멀티홈런, 김영웅이 홈런포를 터뜨리며 타선이 폭발력을 자랑했지만, 이번에는 불펜 방화로 승리를 놓쳤다. 이날 삼성은 KIA에 5-7로 패했다.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우승 도전에 나섰지만, 삼성은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삼성이 정규시즌 때 선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선발진이었다. 다승왕 원태인(15승 6패)과 코너 시볼드(11승 6패), 데니 레예스(11승 4패) 등 세 명의 선발 투수가 두 자리 수 승수를 올렸다. 선발 투수로 변신한 좌완 이승현과 베테랑 백정현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며 삼성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올해 삼성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4.42로 리그 3위에 올랐다.
비시즌 동안 88억원을 들여 수리한 불펜진도 든든하게 삼성의 뒷문을 책임졌다. 삼성은 외부 FA 김재윤(4년 총액 58억원)과 임창민(2년 총액 8억원) 등 정상급 불펜 투수를 수혈했고, 내부 FA 자원이었던 오승환(2년 총액 22억원)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투자 성과는 확실했다. 올해 삼성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4.96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타선도 폭발력을 자랑했다. 삼성은 올해 팀 홈런 180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랭크됐다. 이 중 116개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터졌다. 구자욱(33개)과 김영웅(26개), 박병호(22개), 이성규(21개), 강민호(19개), 이재현(14개) 등이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삼성 공격을 이끌었다.
예상 밖의 성적을 거둔 삼성은 다음 시즌 도약을 꿈꾼다. 한국시리즈 종료 직후 취재진과 만난 박진만 감독은 “시즌 초에는 힘들었다. 젊은 선수들이 분위기를 타면서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냈다. 분위기를 탔고 흥이 났다.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성과 냈다. 아쉽게 준우승 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우리가 하위권 분류됐는데, 선수들 악착같이 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했지만 우리 선수들 모두 앞만 보고 달려 와줬다. 감독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재정비를 잘 해서 내년에는 가을야구 이상 갈 수 있게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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