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가 왜 F&B 노리냐고? 백화점에 물어봐 [컴퍼니+]
본격적으로 식음료 시장에
출사표 던진 한화갤러리아
배경엔 백화점 실적 부진과
지난해 론칭해서 잘 나가는
파이브가이즈 영향도 있어
백화점 경쟁력 제고하면서
신사업 두 마리 토끼 전략
지난해 6월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들여온 한화갤러리아. 올해 들어선 작정한 듯 '식음료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F&B 생산공장을 설립하겠단 계획을 세우고, 글로벌 음료 제조업체를 인수한 건 그 일단이다. 백화점이 본업인 한화갤러리아가 '신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한화갤러리아가 신新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타깃은 식음료 시장이다. 지난 5월 이사회에서 F&B 생산공장 설립안을 통과시킨 건 사실상 첫번째 발걸음이다. 2025년 말까지 경기도 포천에 공장을 설립한다는 게 골자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아이스크림을 포함한 다양한 품목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F&B 생산공장 설립 건은 신사업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4개월 후인 9월엔 음료 제조사 '퓨어플러스'를 200억원가량을 주고 인수했다. 퓨어플러스는 건강음료, 유기농 주스, 어린이 음료 등 비알코올성 음료를 만드는 기업이다. 미국ㆍ호주ㆍ북유럽 등 전세계 50개국에서 연간 15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에서 프리미엄 음료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출에 강점이 있는 퓨어플러스의 성장성이 클 것으로 판단했다"며 "퓨어플러스와 신제품 개발을 검토하며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가 식음료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배경엔 지난해 론칭한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의 성공이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6월 김동선 부사장을 필두로 파이브가이즈(운영사 에프지코리아)를 선보였다. 미국에서 먼저 유명해진 브랜드인 만큼 국내 시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를 발판으로 지난해 104억원에 불과했던 한화갤러리아의 식음료 사업부문 매출액은 올해 상반기 215억원으로 급증했다. 반기 만에 지난 한해 매출을 2배 넘게 뛰어넘은 셈이다. 식음료 부문 매출은 대부분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자회사 에프지코리아에서 발생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5개인 파이브가이즈 매장을 4년 안에 15개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화갤러리아가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펼치는 이유는 뭘까. 여기엔 말 못 할 사정이 숨어 있다. 무엇보다 주력 사업부문인 백화점 실적이 부진하다. 올 2분기에만 45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냈다. 올 2분기 매출(1263억원)도 전년 동기(1270억원)보다 더 빠졌다.
이 때문인지 시장점유율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시장 점유율은 2022년 7.9%에서 올 상반기 6.5%로 1.4%포인트 빠졌다. 그렇다고 활로가 넓은 것도 아니다. 명품 의존도가 높은 갤러리아는 경쟁사보다 내수경기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경쟁업체와 비교했을 때 점포 수가 적다는 점도 단점이다. 한화갤러리아가 식음료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F&B 부문 확대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행보의 일환"이라면서 "기존 백화점 부문 경쟁력 제고와 함께 미래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투트랙 전략'을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새롭게 시작한 식음료 사업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다. 파이브가이즈가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올 상반기 기준 식음료 부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8.0%에 불과하다.
식음료 사업이 대표적인 레드오션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긴 쉽지 않을 거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일례로, 아이스크림과 음료시장은 롯데칠성음료ㆍ빙그레 같은 식음료ㆍ빙과제조사가 꽉 잡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백화점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하면서 (한화갤러리아가) 성장 가능성이 그나마 존재하는 식음료 산업으로 눈을 돌린 듯하다"면서 "다만 식음 산업의 후발주자인 만큼 많은 투자를 들여야 승산이 있을 텐데 그만한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F&B에 눈을 돌린 한화갤러리아의 선택은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