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교란종 ‘가시박’ 확산 비상…생물 다양성 위협
[KBS 춘천] [앵커]
호숫가 산책로나 들판에 호박잎같이 생긴 덩굴식물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생태계교란종인 가시박인데요.
끈질긴 생명력 탓에 제거도 쉽지 않은데, 이상기후로 확산 속도도 빨라져 생태계 교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유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춘천 의암호 옆 산책로입니다.
작업자들이 갈퀴로 초록색 덩굴을 쉴 새 없이 걷어냅니다.
생태계교란종인 가시박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비탈면을 뒤덮은 가시박을 제거하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멍석을 마는 듯합니다.
쉼 없이 베어내고 뜯어내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함형근/춘천시 생태계교란종 제거반 : "한번 제거하면 좀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씨가 엄청나게 떨어져요. 그래서 제거 작업을 한 번 하더라도 건드려 놓으면 그 자리에서 수북이 자라고 있어가지고."]
강원도에서 올해 파악된 가시박 분포면적만 1,178만 제곱미터.
가시박이 번성한 지역에는 다른 식물이 햇빛을 받지 못해 고사되기 쉽습니다.
건강한 산림의 원천인 생물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각 시군에서 생태계교란종 제거반을 운영하지만 끈질긴 생명력 탓에 제거는 쉽지 않습니다.
하나의 줄기에서 수십 개의 씨앗이 발아하는 데다 날이 좋을 때는 하루에 30cm 넘게 자라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올해만 해도 벌써 두 번 세 번 제거 작업이 이뤄진 곳입니다. 하지만 가시박이 다시 자라 비탈면을 뒤덮어버렸습니다.
이상기후도 외래식물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폭염과 고온다습한 기후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가시박이 번성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홍선희/한경국립대 식물자원조경학부 교수 : "원래 자라고 있었던 지역의 기후는 약간 더 더운 지역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나라도 지금 조금씩 더 더워지고 있는데 그 환경이 원산지의 환경하고 점점 더 맞아들어가지 않나."]
전문가들은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가시박이 열매를 맺는 9월부터 집중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수작업에만 의존해야 하는 가시박 제거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제거 작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진입니다.
촬영기자:최혁환
이유진 기자 (newjean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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