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 여름이었다![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청량주의보 발령.
‘청량’을 영화화하면 이렇지 않을까. 풋풋하고 설레는 109분은 그야말로, 여름이었다. 작고 예쁜 소품 같은 영화 ‘청설’(감독 조선호)이다.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은 이야기다. ‘하루’의 조선호 감독이 내놓는 신작으로, 홍경, 노윤서, 김민주 등 충무로 루키들이 합심했다.
온통 ‘청량청량’하다. 등장인물이며 이들을 둘러싼 세계관, 그리고 아름다운 미술과 미쟝센까지 5~6월의 상큼한 공기를 담아낸다. 도시락 가게, 시립수영장, 도로, 낡은 아파트 등 친근한 장소들도 다양항 앵글과 색감으로 인해 작품의 청량한 맛을 더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매력을 하늘 끝까지 끌어올리는 건 홍경이다. ‘약한 영웅’ ‘댓글부대’ ‘D.P.’에서 봤던 얼굴은 집에 두고 왔는지, 이번엔 첫사랑에 설레어 발을 동동 구르는 ‘용준’의 순수한 표정을 그대로 재현한다.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지고, 상상에 즐거워하다, 실연에 아파하고 슬퍼하는 용준의 마음 변화를 아주 부드럽게 연결한다. 홍경의 눈빛은 ‘용준’의 것, 그 자체다.
노윤서와 김민주도 지지 않는다. 노윤서는 들리지 않는 이에게 가혹한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여름’ 역을 맡아 차분하게 감정을 이끌고 간다. 특히 홍경과 합은 적절하다. 말없이 서로 웃고만 있어도 둘의 설렘이 객석까지 전달된다.
청각장애를 지닌 ‘가을’ 역의 김민주도 제 몫을 해낸다. 가수 아닌 배우로서도 빛날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한다.
다만 풋사랑의 간질간질거리는 맛을 ‘오글거린다’라고 느끼는 이라면 이따금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착한 사람들만 존재하는 영화의 세계관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도 있겠다. 자극도가 낮은 만큼 영화의 여운이 깊고 길게 가진 않지만, 때 묻은 자신에게 잠시의 청량함을 선물하고 싶다면 극장으로 가도 나쁘지 않다.
■고구마지수 : 1개
■수면제지수 : 2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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