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이 된 이태원 거리"… 비명 가득했던 최악의 핼러윈 [오늘의역사]
박정은 기자 2024. 10. 29. 07:04
할로윈을 앞둔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던 159명의 젊은 청춘들이 세상을 떠났다.
핼러윈 시즌마다 이태원은 축제 분위기를 느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기간 이태원 거리는 인플루언서부터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쉬었던 축제가 재개되자 이태원에는 축제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 사람들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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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발생 전, 시그널은 계속 있었다… 놓쳐버린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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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일 이태원에는 약 13만명의 인파가 모였다.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인도 출신 아흐메드는 영국 BBC를 통해 "오후 5시부터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 (5시밖에 안 됐는데) 7시나 8시가 되면 어떨지 걱정됐다"고 전했다.
이 무렵 SNS에는 길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안전하지 않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후 6시30 쯤에는 경찰에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저녁 8시쯤부터는 상황이 더 급격히 안 좋아졌다. 경찰에도 연이어 신고가 들어왔지만 112 상황실은 11명이 근무 중이던 이태원 파출소에 출동 명령만 내릴 뿐 추가 경력은 지원하지 않았다. 소방서도 마찬가지였다. 소방서는 질서유지가 필요하다는 신고자들의 말에 "소방 업무가 아닌 경찰 업무"라고 경찰에 통보하고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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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에 300여명 뒤엉켜… 1㎡에 11명 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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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사 사고는 밤 10시15분 쯤 해밀톤호텔 서쪽에 있는 내리막 골목길에서 일어났다.
해밀톤호텔 저지대 중간 구역(18.24㎡·5.5평)에 행인들이 경로가 꼬이면서 골목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상황을 모르는 해밀톤호텔 북서측의 사람들은 골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서쪽 내리막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뒤쪽 인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앞사람을 밀치자 앞쪽에 위치했던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참사가 시작됐다. '연쇄 깔림'이 일어난 것이다. '연쇄 깔림'이 일어났음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 뒤쪽에 있던 행인들은 앞쪽 상황을 모른 채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뒤늦게 '뒤로 뒤로' 구호를 외치며 빠져나갔지만 해밀턴호텔 저지대 중간 구역에는 5.5평의 좁은 공간에 300여명의 사상자가 의식을 잃고 끼어있는 상황이었다.
SNS에 퍼진 영상들에는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뒤엉켜있어 사람을 빼내는 것도 어려워하는 모습이 담겨있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은 청색증 및 구토 증상을 보였고 이미 사망한 사람부터 복부 팽창이 진행된 사람들까지 있었다.
이 사고로 인해 159명이 사망했고 195명이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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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퍼진 참사 현장… 국민 전체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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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300여명이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라는 점에서 충격을 안기기도 했지만 실시간으로 참사 현장을 지켜봤다는 점에서 국민은 큰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
이태원 참사는 사건 발생 전부터 거의 모든 상황이 SNS로 중계됐다. 많은 사람이 SNS에 참사 현장 사진과 영상을 올려 그 현황을 알렸다. 사람들이 좁은 골목에 끼어 죽어가는 영상과 이태원 바닥에 응급처치를 받는 사람들의 모습, 이미 사망한 사람들이 이태원 길거리에 널려있는 모습 등 필터링되지 않은 자료들이 SNS를 통해 퍼졌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뒤 사건 현장에 있지 않았던 국민들도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특히 2030 나이대에 사람들에게서 트라우마가 심하게 나타났는데 한국심리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83%가 2030 세대였다. 대부분의 희생자가 2030이었으며 2030세대 특성상 SNS를 널리 사용해 이태원 참사의 자료들을 직접적으로 접해 그 충격이 컸던 것으로 추측됐다.
이태원 참사 직후 생긴 트라우마는 일상도 공포로 변하게 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던 출근길 지하철이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참사 다음 날 서울 지하철에서는 혼잡도가 높은 환승역에서 기관사가 '앞사람 밀지 말고 천천히 타길 바란다'라는 내용의 방송을 반복했다. 사람이 몰렸던 역에서는 "숨을 쉬지 못하겠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서울시는 서울광장과 이태원광장에 차려진 합동분향소 옆에 '이태원 사고 심리지원 현장상담소'를 마련해 이태원 사건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무료로 지원하게도 했다.
박정은 기자 pje454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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