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는 아무나 하나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
화합 내세워 강행해선 안 돼
직장 내 괴롭힘 처벌될 수 있어
주말 행사 자체가 위법될 수도
온 나라가 ‘흑백요리사’ 열풍으로 뜨겁습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요리 대결 TV 프로그램입니다. 덕분에 인터넷에는 눈가리개를 하고 시식하는 흉내를 내는 영상들이 넘쳐나고, 편의점에서는 흑백요리사 디저트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며,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셰프들의 식당은 내년까지 전부 예약이 마감되는 등 그야말로 미친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고작 초등학교 2학년인 제 조카도 “오늘 불고기는 이븐하게 익지 않았네요.”, “대파의 익힘이 타이트해요.” 같은 멘트를 따라 해서 유행에 뒤처진 어른들을 벙찌게 만들곤 하는데요. 명품, 슈퍼카, 펜트하우스, 팔로어를 자랑하는 셀럽들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정당하게 인정받기 위해 불 앞에서 땀 흘리며 묵묵히 일하는 직업인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무엇보다 21.5%라는 역대급 폐업률을 기록하며 곡소리만 가득하던 외식 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게 된 것도 천만다행한 일입니다.
흑백요리사가 인기를 끌면서 요리를 취미로 삼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이때, 회사 워크숍에서 의미도 재미도 없는 형식적인 활동을 하는 대신, 함께 요리하고 또 그걸 나눠 먹으면서 건전하게 경쟁하고 화합을 다진다. 취지 자체는 좋습니다. 그러나 회사든 학교든 공공기관이든, 조직의 관리자는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내가 재밌다고 해서 남들도 다 재밌는 건 아니다.”라는 걸 말입니다. 평일 내내 격무와 야근에 시달린 직장인들은 할 줄도 모르는 칼질에 베이고 켤 줄도 모르는 버너에 데어가며 한 끼를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걸 회사 사람들 전체가 지켜보고, 심지어 심사하고 순위까지 매긴다면 더더욱 말입니다. 시키는 일만 하는 것도 벅찬데 요리까지 잘해야 하나, 하는 반발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상을 받지 못하거나 요리에 실패한 팀원들은 맛없는 저녁을 꾸역꾸역 먹으며 여기 왜 왔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원은 중세시대 집사마냥 회사를 위해 24시간 대기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장님이 흑백요리사 놀이를 하고 싶으시다면 혼자 하시면 됩니다. 제발, 죄 없는 근로자들은 내버려두시고요. 주말에 부르지도 마십시오. 상사가 사주는 투뿔 한우보다, 집에서 끓여 먹는 컵라면이 더 ‘이븐하게’ 맛있는 법입니다.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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