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채무자 숨통 트이나…‘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조광희의 판례로 보는 세상]

조광희 2024. 10.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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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이자 부담 줄이고 추심 제한
소득 없을 때는 추심유예 신청 가능
채무자 재기 지원, 금융사 회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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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7일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됐다.

기존의 연체 채무 관리 체계는 금융회사가 중심이 되는 사전 예방 방식보다는 신용회복위원회, 법원 등 공공 부문이 중심이 되는 사후 채무조정 방식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사도 채무자와의 직접 협상을 통해 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관행적으로 추심을 위탁하거나 대부업 매각을 통해 회수 극대화를 도모해 왔다. 그 결과 연체 이후에는 이자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장기 연체가 될 가능성이 높고 과도한 추심부담에 놓이게 된다는 측면에서 채무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지속해서 대두돼 왔다.

이에 금융사와 채무자 간 협의의 가능성을 열어 둠으로써 선제적으로 부실을 예방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며, 연체 후에는 금융회사와 추심자, 그리고 채무자 간의 권리, 의무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기 위한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지난 1월 16일 제정돼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금융기관과 개인(개인사업자 포함) 사이의 금융채권에 국한돼 적용된다. 주된 내용은 크게 △금융사 자체 채무조정 제도화 △연체에 따른 과다한 이자 부담 완화 △채권매각 규율 강화 △불리한 추심 관행 개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의 활성화

3000만 원 미만의 빚을 연체 중인 개인 채무자가 간편하고 신속하게 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채무조정 요청권이 도입됐다(제35조). 금융사는 기한의 이익 상실, 주택경매신청, 채권양도 등과 같이 채무자의 권리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채권 회수 조치 이전에 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야 한다. 이때 채무자가 채무 조정을 요청했다면, 이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는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지 않은 것으로 보며, 해당 주택에 대한 경매 신청 및 해당 채권의 양도는 제한된다. 이로써 채무조정의 실효성이 담보돼 향후 채무조정제도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들도 마련돼 있다. 채무자가 금융사의 채무 조정 요청 서류 보완 요구를 3회 이상 따르지 않거나 채무 조정 절차가 종료된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경우 등에 해당하면 금융사는 채무자의 채무조정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나아가 채무조정 합의가 성립된 이후 특별한 사정없이 3개월 이상 변제계획을 미이행하는 경우 금융사가 채무조정 합의를 해제할 수 있도록 해 채무자가 자칫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할 방안도 함께 마련해 뒀다.

 연체 발생에 따른 과다한 이자 부담 완화

5000만 원 미만의 빚을 연체 중인 개인 채무자의 채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자 부과 방식이 개선됐다. 과거 대출의 연체로 인해 기한 이익이 상실된 경우, 기한이 도래한 부분은 물론 기한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채무 부분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연체이자가 부과됐던 것과 달리, 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는 연체이자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제7조). 즉 대출금 연체로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 경우 기한이 도래한 채무에 대해서는 연체이자가 부과되나 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채무는 약정이자 외에 별도의 연체이자를 가산할 수 없게 됐다.
 
[기한이익 상실에 따른 연체이자 부과사례]
대출총액 100 = 상환기일 도래 채무 10 + 상환기일이 미도래 채무 90
(기존) 대출총액 100 X (약정이자+연체이자) 부과
(현행) 상환기일 도래 채무 10 X (약정이자+연체이자) + 미도래 채무 90 X 약정이자

금융회사가 손금산입 채권 등을 회수할 수 없거나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채권을 양도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채권을 양도하기 전 장래 이자채권을 면제해야 하고 양도계약을 체결할 때 그 면제 사실을 양도계약서에 포함해야 하도록 하고 있다(제9조).

  채권 매각 관련 규율의 강화

그동안 금융사는 채무자와의 채무 조정 절차 없이 관행적, 반복적으로 부실채권을 매각해 채권 회수율을 높여 왔다. 이렇게 채권이 대부업체에 반복적으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채무자는 점진적으로 보다 강화된 추심 상황에 놓이게 되고, 내부통제가 미약한 업체에 채권이 매각되는 경우 불법 추심의 소지가 크다는 우려 또한 상당했다. 신설된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채무조정 중인 채권, 3회 이상 양도된 채권 등은 양도를 제한해 반복되는 채권 매각 절차에 따라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채무자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했다.

  과도한 추심의 제한

 
개인채무자보호법은 금융사 등의 과도한 추심을 제한하고 채무자의 정상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추심을 허용할 경우 채무자 보호 및 건전한 신용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채권의 추심이 금지되고(제14조), 채권 추심자는 채권별로 7일에 7회를 초과해 추심 연락을 해선 안 되는 이른바 추심총량제가 도입되었다(제16조). 또한 재난, 사고 등의 경우 일정 기간 추심을 유예하는 추심유예제(제17조), 특정 시간대 또는 특정 수단을 통한 추심 연락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추심 연락 유형 제한 요청권(제18조) 등도 도입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의 도입으로 우리나라도 미국·영국 등 해외 주요국과 같은 채무자 보호 체계를 마련하게 됐다. 채무자의 채무조정권을 도입하고 연체이자 부담을 줄이는 한편, 지나친 채권추심은 제한됨에 따라 채무자의 경제적 재기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로서도 실질적 채권 회수율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조광희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 I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제5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 2016년도부터 법무법인 충정에서 근무했다. 2023년 미국 듀크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현재 기업자문팀 소속변호사로 산업은행 파견 근무를 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 기업 일반 자문, 송무 등 여러 분야에서 국내외 고객을 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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