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유튜버'와 '서울대생'…초등생 선택은?[출구 없는 161분]②

정윤미 기자 이기범 기자 김예원 기자 김종훈 기자 2024. 10. 2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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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가입 제한…초등학교 6학년 민지 구세주는 '틱톡커'
청소년 SNS 제한한다고요?…"뚫는 법 알아도 안한다"

[편집자주] 2023년 기준 10대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161분. 심할 경우 휴대전화 화면에 펼쳐진 '한 뼘 세상' SNS에 하루 20시간 매달린다. 정치권 논의대로 청소년들의 SNS 접속을 차단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뉴스1은 약 두 달간 전국 초등학교·고등학교·치유 캠프에서 청소년·인플루언서 등 총 95명을 만나 SNS 과의존 실태와 해법을 추적했다.

ⓒ News1 DB

(서울=뉴스1) 정윤미 이기범 김예원 김종훈 기자 = 만 14세 미만 어린이는 인스타그램 가입이 제한돼 있다. 규정상 중학교 2학년 생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학교폭력 등 문제로 교내 카카오톡 단체카톡방 이용이 제한되면서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신저(DM)을 이용하는 초등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6학년 민지(가명)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경기 수원 소재 모 초등학교 6학년 점심시간. 민지는 교실 한가운데 서서 배꼽인사를 하더니 무반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일부 짓궂은 남학생들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쓸어 넘겼다. 10초 안팎의 짧은 무대였지만 사전 연습 없이는 소화하기 힘든 안무임은 틀림없었다.

"추천 영상에 뜨는 거 몇 번만 보면 외워져요"
민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으쓱댔다. 춤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얼마나 영상을 봐야 아이돌같이 자연스럽게 출 수 있을까. 4시간. 민지의 하루 SNS 이용 시간이었다. 2023년 기준 10대 청소년 스마트폰 일평균 시간 2시간 41분과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많았다.

초등학생들이 부모님 동의를 받고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톡, 유튜브 외에도 민지는 틱톡과 인스타그램도 하고 있었다. 틱톡 추천 영상을 보다가 인스타그램으로 친구들과 소통하다 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만 14세 미만 가입 금지 제한이 더는 초등학생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았다.

"제 인스타는 비공개 계정이에요. 보통 다른 반이나 주변 학교 친구들이 추천에 뜨거든요. 누가 저를 팔로우하면 저도 맞팔(로우)해요. 그렇게 인스타 친구가 되면 서로 스토리도 보고 DM도 해요"
얼마 전 민지는 틱톡에서 우연히 또래 여학생의 일상 브이로그를 보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하고 취침 전 독서하는 단순한 일과였지만 한 번 따라 해보고 싶었다. 한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됐다. 계획표를 만들어서 실천한 지 3주째. 민지의 SNS 시간은 2시간으로 줄었다.
"등교하기 전까지 아예 스마트폰을 안 본 적도 있어요. 뿌듯했죠. 기분이 상쾌해요. 3주 정도 실천하고 있어요. 계획표 언제 없어질지는 모르겠는데요. 그래도 일단 최대한 해보려고요"
SNS 중독을 SNS로 극복한 초등학생 민지의 사례와 같이 요즘 청소년들에게 SNS는 일상에 깊숙이 침투돼 있었다. 뉴스1이 서울·경기 소재 초·고등학교 3곳을 방문해 학생 75명을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해 본 결과다. 청소년들도 지나친 SNS 사용이 자신들에게 유해하며 중독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원치 않는다. 그런데도 SNS을 전면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유가 뭘까.

2007년 애플 아이폰이 출시된 해에 태어난 고등학교 2학년생 이하는 소위 '스마트폰 네이티브', 'SNS 세대'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은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3년간 온라인·비대면을 통해 처음 사회생활을 배웠다. 통상 초등학교 3학년을 전후로 스마트폰을 갖는다. 메신저는 만 14세 가입 제한으로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으로 나뉜다.

전국 대다수 초등학교에서는 교내 스마트폰 사용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생 휴대전화 사용 제한 현황'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1만1718곳 중 교내 소지가 불가한 경우는 23%(2700곳)였다. 교내 소지만 가능하고 수업 및 일과 중 사용이 불가한 학교는 41.7%(4877곳)다. 10곳 중 6곳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친구랑 놀 시간이 있어야 놀죠"" 학원 시간이 다 달라서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요"
실제 현장에서 만난 초등학생들에게 '종류를 막론하고 언제 SNS를 하느냐'는 질문에 '학원 이동 시간', '숙제 등 일과를 마치고 취침 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SNS 이용 제한에 대해 묻자 "여가 생활의 50%가 사라진다" "취미, 학업 등 유익한 영상도 많은데 어린이가 보기 부적절한 콘텐츠만 차단했으면 좋겠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초등학교 5학년 임 모 담임선생님은 "학원 스케줄 때문에 놀 시간이 없거나 친구 간 시간 맞추기도 어렵다 보니 SNS를 놀이처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에게 SNS는 학교와 학원의 굴레 속 '유일한 놀이'였다. 이들 부모 중에는 지나친 놀이에 빠질까 우려돼 각종 앱을 통해 자녀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외 막론하고 청소년 SNS 금지법을 도입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이 같은 제한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상당수 학생들이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스크린타임(아이폰)·패밀리링크(갤럭시폰)를 뚫어 본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은 얼마든지 각종 제한의 우회로나 뚫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거나 충분히 알 수 있다. 단지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다. 그들도 SNS 유해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로 영상 보는 건 된다고 하면서 유튜브는 위험하다고 못 보게 하는데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어요"
고등학교 1학년 심 모 양(17)은 SNS에 대해 부모 세대와 차이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청소년들이 SNS에 지나치게 열광한 나머지 선망하는 직업이 '유튜버'가 됐다는 어느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물어봤다. '100만 유튜버'와 '서울대생' 둘 중 무엇이 되고 싶냐고. 초·고등학교 75명 중 10명을 제외하고는 후자를 택했다. 유튜버를 택한 학생들은 대게 경제적 이유였다. 틱톡커의 일상을 따라하는 민지도 마찬가지였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냐고요? 전혀요, 굳이 유명해져야 하나요"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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