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캐즘 극복 조짐 보이는데?"…LG엔솔, 보수적 전망 내놓은 이유는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유럽 전기차 시장의 회복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도 올해 4분기와 내년도 성장률 전망을 모두 보수적으로 내놨을까요?"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8778억원과 영업이익 448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38.7% 감소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각각 11.6%, 129.5% 증가했습니다.
이번 분기에는 영업손실 폭도 대폭 줄였습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생산세액공제(AMPC) 금액은 4660억원입니다. 이를 제외한 3분기 영업손실은 177억원입니다. 이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252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입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은 선방한 실적에도 올해 4분기는 물론 내년도 매출까지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올해 4분기부터 유럽 완성차업체(OEM)들의 수요가 개선되며,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JV)의 모듈 생산 속도 확대, 북미 중심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판매 기대로 실적 개선의 요인들이 있지만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 것입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올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이유에 대해 "올해 4분기는 북미 주요 고객사들의 연말 재고 조정에 따른 물량 감소 영향이 있다"며 "하반기 들어 하락세에 있는 주요 메탈가의 판매가격 반영이 일어나고 있는 부분 때문에 매출 감소 영향을 일부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손익 관점에서는 4분기 계절적 영향으로 고수익 제품의 출하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영향이 있다"며 "연말에 OEM들의 재고 조정 등의 일회성 요인으로 3분기 대비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CFO는 내년 전망 역시 불확실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CFO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업체들의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저희 고객사들은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여러 상황으로 볼 때 시장 내 경쟁이 매우 상당히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주 예정인 미국 대선의 결과 또한 전기차 시장의 향방에 상당히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여러 종합적인 상황들 때문에 현재 시점에 내년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내년도 전방 시장과 당사의 매출 성장률은 다소 보수적으로 저희가 바라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회복 조짐이 보이는 유럽시장의 내년 전기차 시장 성장률 전망도 보수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유럽은 내년부터 CO2 배출 규제가 현행 대비 20% 이상 강화되면서 글로벌 OEM사들이 전기차의 생산과 판매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장성훈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 담당은 "유럽 시장 특성상 주요 OEM들은 저가형 세그먼트를 타깃으로 2만5000유로 이하의 보급형 모델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탄소 배출 규제가 유럽 내에서 전기차 침투율 확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지만 유럽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아직 해소됐다고 보긴 어려워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장 담당은 "아직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탄소 규제 대응을 위해서 고객사들이 자체 보유 재고를 먼저 활용한 이후에 다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조심스럽게는 보고 있다"며 "유럽 고객 대상 파우치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과 원통형 46 시리즈를 퍼포먼스, 스탠다드 세그먼트향으로 공급을 타진해 유럽 전기차 시장 내 지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유럽 고객사에 공급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의 보급형 솔루션 제품들은 2026년부터 출시 예정입니다. 특히 이달 벤츠 계열사와 공급 계약을 맺은 46시리즈의 경우 현재 오창공장에서 양산 준비가 마무리 단계로, 올해 4분기 샘플 양산을 시작합니다. 테슬라, 벤츠 계열사 외에도 다수 고객사들과 협의 중으로, 이는 현재 증설 중인 애리조나공장에서 2026년 이후부터 공급할 예정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신규 설비투자(CAPEX) 역시 필수 영역 외에는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계획도 강조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3분기 CAPEX 규모는 3조1180억원인데, 현재 집중 투자를 하고 있는 북미 중심의 신규 증설 투자도 효율적으로 축소해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이 CFO는 "CAPEX 투자를 과거와 같은 패턴으로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투자의 필요성이나 효과성을 면밀히 검토해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투자에 한해서만 집행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속도 조절은 물론이고 자산운용을 최적화해 결론적으로 일부 필수 불가결한 투자를 제외한 CAPEX 지출은 최소화해 내년에는 올해 대비 CAPEX 집행 폭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며 "하나하나 면밀히 프로젝트별 점검을 통해서 생산능력 과잉을 막고 불필요한 투자로 발생하는 손실을 줄여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둔화나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북미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시설 유휴 라인은 ESS 등 타용도로 전환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입니다. 기존 라인의 활용도도 최대화해 공장 가동률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고정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손실 부분을 커버한다는 것입니다.
이 CFO는 "ESS는 북미 전력망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성장의 포텐셜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실기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수주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투자 효율 강화 관점과 연결해서 전기차용 케파의 여유분을 빠르게 ESS용으로 전환해서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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