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신질환자 보호관찰 유명무실… 출소 후 관리 가족 몫 [심층기획-망상, 가족을 삼키다]
치료감호 받아도 60% 다시 병원 입원
“관찰관 확충해 日처럼 적극 관리해야”
정신질환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출소 이후 치료 관리가 사실상 가족에게 떠넘겨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세계일보는 최근 10년간(2014∼2023년) 존속살해와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진행된 판결 823건(열람제한 제외 전수)을 분석했다. 이 중 정신질환과 연관성이 인정된 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 사건 211건(1심 기준)을 살펴본 결과 상급심에서까지 보호관찰이 청구되지 않은 경우가 82.5%(174건)에 달했다.
법원이 보호관찰을 내리지 않는다면 피고인에 대한 치료관리의 책임은 온전히 가족의 몫이 된다. 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 사건의 피해자인 가족이 다시 피고인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정신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경우 출소자의 치료를 지역사회에서 보호관찰관이 적극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범행에 이른 만큼 가족에게만 맡겨둘 순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영렬 국립법무병원장은 “일본은 출소한 정신질환자를 가족에게 맡겨 놨다가 효과가 없어 바꾼 것인데, 한국도 가족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보호관찰관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호관찰관이 부족한 점은 법원이 보호관찰을 명령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관찰이 내려진 사건은 17만7540건을 기록했다. 보호관찰관(1861명)이 1인당 담당하는 사건은 95건에 달했다.
나아가 보호관찰관의 권한과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법원의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보호관찰관이 관리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70대 정모씨는 아들을 집에 두고 외출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아들은 5개월 넘게 약을 먹지 않고 있다. 기자가 만난 정씨는 약을 먹지 않아 망상 증상이 시달리던 아들이 흉기를 휘두른 그날의 악몽이 재연될까 불안해 했다. 법원은 징역형과 함께 정기적으로 정신과 진료 및 상담을 받으라며 보호관찰을 명령했지만, 나이 든 정씨가 이를 지키지 않는 40대 아들을 막을 방법은 없다.
법무부는 보호관찰관 인력이 부족한 건 맞지만 출소 후 보호관찰에 대해선 최우선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기적 진료 및 상담 명령이 내려지는 경우 매월 진료확인서를 제출받는다”며 “약물 복용을 강제할 필요가 있을 땐 법원에 특별준수사항 추가변경을 신청해 정기적으로 복용 여부를 검사한다”고 밝혔다.
중증 정신질환을 가진 부모들이 한 번쯤 가져본 마음이다. 실제로 부모가 정신질환 자녀의 손에 죽거나 죽을 뻔한 참극이 전국에서 매년 20건 이상 발생한다. 존속살해범이 된 정신질환자 한 명에게 엄한 죗값을 물어도, 바뀌는 건 없었다.
세계일보는 8개월간 무엇이 그를 부모를 죽인 범죄자로 만들었는지 추적했다. 최근 10년 치 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 판결문 823건을 살피고, 정신질환과 관련된 사건의 규모와 특성, 원인을 분석했다. 정신질환이 있는 당사자와 가족, 의료계와 법조계 전문가 등 84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주>
윤준호·김나현·조희연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윗집男 칼부림에 1살 지능된 아내”…현장 떠난 경찰은 “내가 찔렸어야 했나” [사건 속으로]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중년 배우, 언론에 편지…내용 보니 ‘뭉클’
- “39만원으로 결혼해요”…건배는 콜라·식사는 햄버거?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식대 8만원이래서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일상톡톡 플러스]
- “북한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습니까?”…국민 대답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