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혁명가' 혹은 '분열론자'…한동훈 100일 미완의 여정

이비슬 기자 2024. 10.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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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갈등 수차례 노출…친윤·친한 균열 본격화
재보궐 수성·외연 확장 성과…정책 경쟁력 관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건물에서 열린 ‘역면접x국민의힘 2030이 묻고 정당이 답하다’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4.10.2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29일로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는 '변화'와 '균열'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보수 개혁에 드라이브를 건 동시에 여권 계파 분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상반된 평가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여당 대표, 보수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평가받은 한 대표가 이른바 '허니문' 100일 이후 가동할 정치력에 이목이 쏠린다.

2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한 대표는 오는 30일 취임 100일째를 맞는다.

여권 내부에서 한 대표의 100일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인물에 대한 호불호만큼이나 윤석열 대 한동훈이라는 대립 구도로 바라보는 평가가 뚜렷하다.

친한동훈계 핵심 관계자는 전날 뉴스1과 통화에서 "한 대표의 100일은 국민 눈높이에 따른 당의 쇄신 작업이었다"며 "그것이 대표의 목표였고 충실히 해나갔다"고 말했다.

반면 친윤석열계 관계자는 "한 대표는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다 보수 분열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선 타협 여지가 없이 지나치게 단호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0.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만찬·독대·빈손…취임 100일 '당정갈등' 연속

한 대표는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총선 패배 책임론'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62.84%의 득표율을 얻으며 국민의힘 사령탑에 복귀했다.

취임 후 줄곧 김건희 여사 사법리스크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한 대표는 용산 대통령실과의 사실상 전면전을 피하지 않았다.

'만찬'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갈등의 상징으로 대표된다.

한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24일 여당 대표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 한 대표 당선 하루 만에 신임 지도부를 초대한 만찬에서 "화합하자"는 구호가 나왔지만 이후에도 당정 간 긴장은 계속됐다.

정부와 의료계의 의정갈등이 장기화하자 한 대표는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정부의 의료 개혁안에 한 대표가 제동을 거는 모양새에 대통령실은 불쾌감을 드러냈고 8월 30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간 만찬이 돌연 연기되는 사태가 이어졌다.

연기된 만찬은 약 한 달 뒤인 9월 24일 다시 열렸다. 만찬 전부터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독대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지만 결국 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빈손 만찬'이란 오명을 썼다. 빈손 만찬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동반 하락의 출발점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표와의 빈손 만찬 이후 10월 2일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제외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했다. 김건희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의 본회의 재표결을 앞두고 단일대오를 강조했지만 당내에서 최소 4명의 이탈표가 발생하며 친윤·친한계 사이 균열이 본격화했다.

여권 내 계파 갈등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지난 10월 21일 대통령실에서 면담한 이후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김 여사 관련 3대 요구를 사실상 모두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면담 직후 대통령실 참모진들과 만찬에 추 원내대표를 초대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당 투톱을 둘러싼 친한·친윤계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10.23/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친윤·친한 곳곳 분열 암초…대야 정책 경쟁 주목

한 대표는 취임 직후 친윤석열계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을 교체한 결정을 두고 친윤계, 대통령실과의 미묘한 긴장을 주고받았다. 광복절 직전에는 한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 입장을 드러낸 데 대해 대통령실이 "고유 권한"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2대 첫 국정감사와 10·1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 경남 지역의 컨설턴트 명태균 씨와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을 받는 건설업 출신의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이슈가 불거지며 당정 긴장 수위가 높아지기도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지난 21일 면담 직후 김건희 여사 의혹을 겨냥해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절차를 추진하겠다며 고강도 대처를 예고했다. 특별감찰관 추진 여부는 의원총회에서 표결에 부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계파 갈등 역시 고조되는 모양새다.

당정 갈등으로 흔들린 한 대표 리더십은 10·16 재보선에서 야당을 상대로 텃밭을 지키는 데 성공하면서 재평가를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부산 금정구청장·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야권의 정권 심판론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정책은 원외 인사로서 한 대표의 한계가 드러난 영역이다. 야당을 상대로 연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고, 당대표 경선에 출마할 때부터 내세운 제3자 추천 방식 '해병대원 특검법'은 당내 반대에 가로막혔다.

'지구당 부활'은 중도·수도권·청년층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현역 의원 설득이 어려울 것이란 당내 우려가 적지 않다. 한 대표의 역점 과제인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은 야당과 의료계의 반발로 출범이 미뤄진 상태다.

한 대표는 지난 9월 1일 첫 이재명 대표와 11년 만의 양당 대표 회담을 성사하며 여야 정치 복원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당 대표가 2차 회담을 예고한 만큼 한동훈표 정책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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