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명태균 “윤 총장 전화, 궁금해해”···대선 경선 때도 보고 정황

문광호·박하얀·손우성·이보라 기자 2024. 10.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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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 중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2021년 9월여론조사 보고서를 독촉하며 “윤 총장 전화했는데 궁금해하더라”라고 말한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명씨가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 기간에도 여론조사와 관련해 윤 대통령을 언급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명씨가 여론조사 조작을 시도한 정황도 추가로 파악됐다. 미공표 대선 여론조사의 윤 대통령 보고 여부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핵심이 된 상황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경향신문이 이날 입수한 명씨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씨의 2021년 9월30일 녹취에서 명씨는 “4명 중에 항상 물어보는 게 최종 경선에 윤석열, 유승민 다음 누구지 홍준표 그다음에 황교안이 한번 넣고”라고 말했다. 이에 강씨는 “OO은 어제 빼라고 하셨는데 넣을까요”라며 “원희룡, 하태경, 최재형 이렇게 3명 넣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명씨가 강씨에게 구체적으로 변경을 지시한 문항은 2021년 9월30일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관은 2021년 9월30일 ‘국민의힘 최종경선 가상대결’ 등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가상대결 후보자는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윤석열, 최재형, 홍준표’ ‘유승민, 윤석열, 하태경, 홍준표’ 등 세 분류였다. 당시는 대선 후보를 4명으로 추리는 2차 컷오프(공천 배제)를 일주일여 앞두고 TV토론이 진행 중이던 때다.

명씨는 “너무 질문이 똑같은 게 많으면 (여론조사 응답을) 안 하지”라며 “그것도 빨리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아까 윤 총장 전화했는데 궁금해하더라고”라고 말했다. 명씨가 언급한 윤 총장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다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출마한 윤 대통령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앞서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자체 조사한 미공표 여론조사는 보고한 적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지난 7일 “(명씨와는) 본격적으로 대선에 들어가기 전에 대통령이 선을 그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 직접 전화를 주고 받으며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향후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비용을 지급했더라도 문제다. 국민의힘은 자체 조사 결과 각 대선 후보 캠프가 명씨와 관련된 업체와 계약을 맺은 적은 없었다고 앞서 밝혔다. 선거비용 지출에도 회계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명씨가 대선 경선기간 미공표 여론조사를 조작하려 했다는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2021년 9월17일 강씨와 통화 녹음에서 명씨는 “국민의힘 당 대 당 있죠. 윤(석열)하고 홍(준표)하고 똑같이”라며 “그다음에 그 TV 토론은 홍(준표)을 한 4% 빼”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잘 모르겠다. 그쪽으로 돌려 더불어민주당 쪽에”라고 말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실제로 2021년 9월17일 ‘국민의힘 당내 대통령 후보 적합도’ ‘국민의힘 당내 대통령선거 경선후보 1차 TV토론회 의견’ 등에 대한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전날인 9월16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1차 TV토론회가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것이다. 명씨가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여론조사의 최종 보고서에는 ‘TV토론회에서 잘한 후보’가 홍준표 25.0%, 윤석열 23.3%, 유승민 10.1% 순으로 나타났다. 명씨의 지시를 강씨가 받아들였다면 임의로 수치를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명씨가 일부러 홍준표 대구시장의 수치를 낮춰 윤 대통령에게 자신감을 주려 한 것일 수도 있다. 앞서 명씨는 지난 18일 MBC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TV토론 날 새벽 1시 반쯤, 윤석열 대통령이 전화를 해왔다. ‘아이고, 총장님. 오늘 낮에 뭐 TV 토론 첫 토론한다고 긴장이 되셔서 잠이 안 오시는가 봐요’ 이랬다”며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다고 주장했다.

앞서 뉴스토마토 등에 따르면 명씨는 대선 7일 전인 2022년 3월 2일 강씨와 통화에서 “그거(여론조사 결과) 빨리 달라고 그래요. 윤석열이가 좀 달라고 그러니까”라고 말했다. 명씨는 3월3일에도 “오늘 다 (여론조사 결과) 뽑아줘야 해요. 윤석열 총장이 저 문자가 왔네”라고 언급했다.

다만 명씨는 지난 25일 기자와 만나 윤 대통령을 언급하며 여론조사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 “(내가 의뢰한 것이) 돈 안 되는 거면 (강씨가) 짜증 나지 않겠나”라며 “그럼 나는 어떻게 하겠어. ‘윤석열한테 갖다줘야 돼. 빨리 갖다줘야 돼’ 그렇게 해서 광을 팔아야 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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