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도 깜짝' 매출 대박난 동파육…흑백요리사 독학 요리천재의 꿈

김소연 기자 2024. 10.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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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인터뷰] '만찢남' 조광효 조광201 셰프
흑백요리사 '만찢남' 조광효 셰프/사진제공=조광효 셰프


"제 롤모델은 라따뚜이 레미(애니메이션 주인공)에요. 주위 외압에 신경 쓰지 않고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이 저랑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요리사로서 닮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물었더니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만화 속 생쥐를 닮고 싶다니… 그러나 그의 얼굴은 진지했고 결연했다.

지난 22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조광201'에서 조광효 셰프를 만났다. 10분 일찍 도착하지 않았다면 간판이 없는 그의 레스토랑을 찾기 어려운 탓에 약속 시간을 넘길 뻔했다. 되돌아나가려는 순간, 화장실 이용 안내문에 붙어있던 한자, 조광(朝光)이 들어왔다.

아침에 찾아갔을 때 레스토랑의 모습. 간판이 없다./사진=김소연 기자
그의 레스토랑인 조광201 실내./사진=김소연 기자


그의 레스토랑은 애니메이션 느낌으로 가득했다. 에메랄드 색깔 벽에, 빛바랜 장식장, 각종 그림과 빈티지한 조명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한쪽 벽에 줄지어 서 있는 만화책은 '만찢남'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구나 실감케 했다. 구글맵에서 본 미국 뉴욕의 '카페 차이나' 이미지에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만화책을 찢었기 때문에 진짜 만화 애호가가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고 언급하자 인터뷰 내내 눈도 잘 안 마주치던 사람이 발끈했다. "나는 만화책을 돈 주고 사보는 사람"이라며 "내 책 내가 찢은 거고, 다른 사람 말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조광101에 가면 찢은 책이 더 많다는 자랑(?)도 함께였다. 요리 사진이 예뻐 평소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자주 쓴다고. 다만 '흑백요리사'에서 찢었던 부분은 도로 붙여놨다고 보여줬다.

만화책 찢었던 부분을 붙였다고 보여주는 조광효 셰프/사진=김소연 기자


요리를 독학한 그는 4라운드까지 올라가는 내내 '요리 천재'로 불렸다. 일단 만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요리하고, 독학으로도 깊은 맛을 낸다는 점에서였다.

1라운드에서 선보인 동파육은 백종원 심사위원의 극찬을 받았다. 2라운드 1대1 '호박' 대결에서 '백수저' 왕진선 진진 셰프에 아깝게 패했지만 안성재 심사위원의 '슈퍼패스'로 살아났다. 그러나 출연 중에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그는 "TV 보고 알았다. 연락처를 몰라 고맙다고 못 했다"고 털어놨다.

흑백요리사 4라운드에서 그와 철가방 요리사인 임태훈 셰프는 한 팀을 이뤘었다. 공교롭게도 그는 1라운드, 임 셰프는 4라운드에서 각각 동파육을 선보였었다. 무엇이 맛있었냐고 묻자, 같은 팀이었어도 절대 시식 못하게 해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는 "손님이 이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면서 "아이 유치원에서 운동회에 꼭 나와달라고 해 갔더니 선생님들이 사진 찍어달라고 해서 놀랐다"고 근황을 전했다.

책을 찢은 사진, 그림으로 매장 인테리어를 해놓았다./사진=조광효 셰프 제공


셰프의 꿈을 키우게 된 계기는 뭐였을까. 두 가지 음식, 마파두부와 마라샹궈가 인생을 바꿨다. 조 셰프는 "2019년 마파두부를 만드는데 두반장이 코로나19 탓에 수입이 안 돼 없었다. 그래서 한국 집된장을 두반장 만드는 방식으로 만들어봤더니 맛있더라"고 회상했다. 마라샹궈는 친구와 함께 한국에서 처음 맛봤다. 마라샹궈의 풍미에 반해 정통 사천요리를 맛보러 친구와 중국 사천성(쓰촨성) 여행을 다녀왔고, 이후 직접 만들어본 요리가 좋은 반응을 얻자 사천요릿집까지 차렸다. 그의 첫 레스토랑이다.

많은 요리 중 왜 하필 중식이냐고 묻자 "조리가 8, 재료가 2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저렴한 식재료로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맛이 많이 달라진다"면서 "내가 (음식에) 끼어들 부분이 많다"고 답했다.

조광효 셰프 가게 한 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만화책./사진=김소연 기자


조 셰프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미대 오빠'였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해 자전거 회사에 취직했던 경험도 있다. 직장을 관두고 친구와 만화방을 하다가 요리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개연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간 삶의 궤적은 요리에 분명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전거 디자인할 때 어떤 안장을 어떤 위치에 얹느냐에 따라 공격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여성용으로 보이기도 한다"면서 "동파육을 할 때 진피 잎을 많이 쓰는데 그보다 시트러스 향을 앞세우고 싶으면 오렌지 오일을 만든다든지 맛을 차곡차곡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밝힌 라따뚜이 속 레미. 사진은 라따뚜이 포스터. /사진=픽사 캡처


자꾸 예상치 못한 답이 튀어나왔다. MBTI가 궁금해졌다. 그는 "MBTI 검사를 해본 적은 없지만, 아내가 INFP라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다소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아 보이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에겐 에너지가 불꽃처럼 튀어나오고 은유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인터뷰 초반, 시선을 회피했던 조 셰프는 요리와 인생에 대해 털어놓으면서 어느덧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었다.

"셰프님, 딱 맞는 것 같아요"라는 말에 그는 갑자기 "제가 셰프라고 불릴 만한 사람은 아니에요. 요리사 정도가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채용 사이트에서 총괄 주방장을 구할 때 지원할 수 있는 사람, 그게 셰프고 자신은 아직 요리사 수준이라는 겸손한 대답이다.

목표는 미슐랭 빕그루망에 등재되는 것이다. 요리사에서 셰프로 넘어가기 위해 그는 "주말부터 타 업장에서 설거지하기로 했다"는 예상에 없던 말도 했다. 조 셰프는 "이번에 알게 된 셰프님들에게 주방을 보여달라고 했다"면서 "일을 시켜주면 설거지도 한다고 했다. 프로의 주방을 보고 참고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인터뷰 중간 중간 조리 중인 동파육을 살피러 간 조광효 셰프/사진=김소연 기자


셰프로서 가장 큰 목표는 '미슐랭'이지만, 남편으로서는 아내에게 집을 사주고 싶다고 한다. 현재 그와 아내, 아이까지 셋이 월세 집에 살고 있고, 용돈도 여전히 월 25만원이라고 한다.

매출이 올랐는데 용돈도 올라야 하지 않냐고 묻자 "돈 쓸 일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흑백요리사' 내내 검은색 뉴발란스 모자를 쓰고 있던 그에게 뉴발란스가 고맙다면서 옷을 선물했다고. 그래서 그는 "옷 살 일도 없고, 바빠서 게임도 못 하니 용돈 쓸 일이 없다"면서 웃었다.

인터뷰 중인 조광효 셰프.. 이날도 검은색 시그니처 모자를 착용했다./사진=김소연 기자


미대 오빠가 만화방을 운영한 이력이 있고, 유명 요리사까지 됐으니 직접 요리 만화책을 낼 듯도 해 계획을 물었다. 그는 "안 그래도 웹툰 작가인 친구와 요리책을 만화책 사이즈로 내볼까 해서 콘티를 짜고 있다"며 "요리를 독학하다가 대회에서 요리책을 찢어서 만화의 신이 화가 난 거다. 그래서 만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 요리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명은 '장지동 조장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자신의 성에 동네 이름을 붙인, 레스토랑이 건물 201호에 위치해 '조광201'이 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작명법이다.

인생 만화로는 고인이 된 미우라 켄타로 작가의 '베르세르크'를 꼽았다. 그는 "주인공이 배신도 당하고 힘든 환경인데 그래도 눈앞에 목표를 보고 끝까지 달려가는 만화"라면서 "저도 목표를 한 번에 한 가지만 세우거든요. 이것저것 동시에 못 해요. 힘들어도 끝까지 가려는 부분이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지금 목표는 미슐랭"이라고 말했다.

미슐랭 빕구르망을 목표로 '따봉' 포즈를 취한 조광효 셰프/사진=김소연 기자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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