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가 20억원?... 美 경매 등장한 '문제작'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 사진=소더비

덕트 테이프로 벽에 붙여둔 바나나가 1억 5000만원이 넘는 돈에 팔려 화제가 됐던 설치미술 작품 '코미디언'이 소더비 경매에 부쳐진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2019년 온라인에서 수많은 논쟁을 낳았던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Comedian)이 내달 20일 뉴욕 소더비 본부에서 열리는 경매를 통해 판매된다고 보도했다.

예상 판매가는 100만~150만 달러(약 13억 8000만~20억 8000만원)다. 소더비는 경매 낙찰자에게 덕트 테이프 1롤과 바나나 1개, 진품 증명서와 작품 설치에 대한 공식 지침이 주어진다고 전했다. 테이프와 바나나는 전시됐던 것과는 다른 새 제품이 제공된다.

이탈리아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 사진=소더비

지난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 박람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작품 '코미디언'은 바나나를 벽에 붙여둔 단순한 작품임에도 12만 달러에 판매돼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됐다.

예술계에서도 이 작품을 '예술'로 볼 수 있느냐는 반응이 이어졌지만, 일부 비평가들은 “소변기를 미술관에 전시했던 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에서부터 이어지는 개념 예술의 전통을 따른다. 예술 자체의 가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해석했다.

작품을 만든 카텔란은 2021년 인터뷰에서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성찰”이라며 “장난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처음 이 작품이 대중에 공개됐을 당시, 행위 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가 벽에서 바나나를 떼어내 먹어버리면서 수백명의 관람객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다투나는 자신의 행동을 “기물 파손이 아닌 이 자체가 예술적 공연”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2023년에도 서울 리움 미술관에서 열린 마우리치오 개인전에 전시됐다가 한 대학생이 비슷한 일이 벌인 바 있다. 당시 미술관 측은 CNN에 “학생은 우리에게 배가 고파서 먹었다고 말했다. 나중에 바나나를 새 바나나로 교체했다”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